여의도 금융맨, 테크벤처 CFO로 가다...송은경, 이노그리드 본부장


[테크수다 도안구 기자 eyeball@techsuda.com] "그동안 심사하고 서류 검토를 주로 하다가 이제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 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테크 기업으로 이직하면서 해당 사업에 대해 좀더 면밀히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의도 금융맨으로 쌓은 경력과 경험을 통해 이노그리드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중입니다. 새로운 도전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전문 테그 기업 이노그리드 송은경 경영지원&전략본부 본부장은 새로운 도전에 대해 이런 소감을 밝혔다.


송은경 본부장과 인터뷰 하기 한달 전 잠깐 명함을 교환했다. 당시 그의 직함은 투자지원&전략본부 본부장이었다. 다시 만났을 때는 회사 업무 전반도 살펴야 하는 경영지원 영역까지 맡고 있었다.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매번 기술총책임자(CTO) 위주로 인터뷰하다가 재무총책임자(CFO)를 만난 건 처음이다. 전사적재무관리(ERP)를 취재하더라도 프로세스 혁신가들을 만나왔을 뿐이다.


그래서 금융맨으로 테크기업에 합류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노그리드는 클라우드 전문 기업이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SW와 서비스 분야에서 매년 두 자릿 수 이상 높은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다. 회사는 2006년이 설립됐다.  김명진 대표이사는 2019년 1월에 취임했다.


김명진 대표 지난해 기자간담회(미디어데이)에서 ‘이노그리드비전2025플러스’ 계획을 발표하고 착실히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3개년 최대 매출 기록, 강한 조직과 이노그리드만의 독창적인 기술과 기업문화를 만들며 2022년 연내 IPO를 통해 지능형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풀스택 패키지 제품화(IaaS, PaaS, CMP, 지능형 자동운영솔루션), 클라우드솔루션, MSP, SaaS(AI헬스케어, AI가상실습실, 메타버스등)사업확장을 통해 디지털전환과 데이터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런 비전 달성에 송은경 본부장의 역할도 무척 중요하다. 송 본부장은 2021년 2월 이노그리드에 합류했다.


그는 "처음 입사할 때는 IR과 IPO 담당이었어요. 올해 3월부터 경영지원과 전략본부까지 맡았습니다. 인사와 총무, 재무와 회계 등 회사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역할입니다. 자꾸 일이 늘어나네요"라고 웃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한국거래소에서 일했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 공개를 위해 찾는 고객사였다. 수많은 기업들을 만나 그들이 준비한 서류를 면밀히 검토하고 심층 인터뷰를 통해 해당 회사와 사업에 대해 살펴보고 상장도 시키고 상장을 위한 심사도 담당했었다. 이를 뒤로 하고 일반 기업에서 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큰 도전입니다."


이직이 활발하기는 하지만 본인 스스로 전혀 다른 업종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에 대해 그는 말했다. 유통, 제조, 통신장비, 전자상거래, 인공지능(AI) 분야 기업들에 대한 IPO 경험도 있었지만 클라우드, 빅데이터 영역은 처음이었고 이 기회에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이직을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다.


송은경 본부장은 "이직 후 매일 두 시간씩 괴외를 받았습니다. 사업부 담당 임원들로부터 전문 용어 설명도 듣고 사업 전체 상황도 듣고, 궁금한 걸 계속 물으면서 채워나갔습니다. 스스로 시장 조사도 하면서 전체 사업을 이해해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이해를 제대로 해야 저희를 심사하는 분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노그리드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공수가 바뀐 상황은 어떨까.


송 본부장은 너무 다르다고 전했다. 여의도 금융맨들이 기업의 CFO로 이직하는 경우는 많다. 증권사에서 IPO를 담당하다가 이직하는 경우도 있고, 또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여의도로 복귀하는 이들도 있다. 자산운용사 투자를 할 때는 고객들의 귀중한 자산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체험했고, 한국거래소에서 일할 때는 더 까다롭게 꼼꼼히 살폈다.


비상장 기업을 상장시키기 위한 업무가 많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노사관리부터 직원 복지, 근태관리와 재무 회계 같은 자금 확보를 위한 스케줄, 투명성 강화를 위한 내부통제 인프라 구축, 영업 활동에 대한 감사 체계 등등 내부 준비를 잘 해야 시도가 가능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는 "기업이 외형 확대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업은 내부 통제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죠. 경영지원은 바로 이런 체계를 만들어 가야 하는 영역이다보니 내부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너무 빡빡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상장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상장 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이런 시스템 마련은 반드시 필요합니다"라면서 "상장 후 1년 반 만에 상장폐지된 회사도 있습니다.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해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체계를 마련해야 회사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단기간 상장이 목표지만 상장 이후에도 꼭 필요한 기본이라는 설명이다. ERP와 HR, 그룹웨어 등의 투자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오래된 회사, 그래서 더 철저히 준비"


이노그리드는 창립 16주년을 맞았다. 더 큰 도약을 위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송은경 본부장은 "회사 역사를 들었죠. 대하드라마를 보는 거 같았어요. 이제 더 큰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라도 더 철저히 준비하고 버릴 건 버리고 새롭게 탈바꿈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역할이죠"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노그리드는 상반기 일부 자금을 투자받으면서 자본 시장과 관계 맺기에 나선다. 미리 미리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더 큰 투자를 받기 위해 하나하나 준비를 해나가는 과정이다.


회사가 오래 되었다는 게 투자를 받기에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왜 미리 투자를 못받았는지 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부 통제 시스템 즉 투명한 시스템을 우선 마련하고 이를 투자가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송은경 본부장은 "투명하다는 건 역으로 보면 제약이 많다는 거죠. 지켜야 할 규칙들을 지키고 있는지 살펴보는 거니까요. 익숙치 않은 일이라는 건 서로가 다 알고 있죠. 반면에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는 이걸 매우 선호하죠. 제대로 잘 관리되고 있는 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이노그리드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기업을 하다보면 시기가 있는 거 같습니다. 결심의 순간이죠. 투자하고 상장을 목표로 결심하는 그 때를 놓치면 그 다음에 가능할 거 같지만 5년, 10년이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금 맘 먹고 있을 때 온 힘을 다해 준비해서 그걸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클라우드는 글로벌 트렌드이자 기반 인프라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위해서도 클라우드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송 본부장은 국산 SW 업체들의 성장을 보면 공공이 기회를 주고 거기서 성장한 기업들이 금융 영역에서 성과를 달성하고 이후 완전히 민간과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는 형태를 볼 수 있다면서 이노그리도 또한 공공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증권맨 꿈꿔


송은경 본부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여의도 증권사에 입사해 일하는 게 목표였어요"라고 말했다. 펀드매니저가 꿈이었다. 입사할 때 치러진 공채 시험 합격자 30명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


그는 "전 군대도 안다녀왔는데 군대 문화에 익숙해요. 증권사가 거의 군대문화였거든요"라면서 웃었다. 힘들었겠다고 물었더니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목표가 생기면 그걸 꼭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또 그런 일을 하는데 여성이냐 남성이냐가 중요하지도 않구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송은경 본부장은 이번 이직이 모험이라고 했다. 그가 다시 여의도로 복귀하더라도 이런 모험은 그를 성장시킬 거다. 물론 이노그리드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의 모험과 도전이 꼭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업력은 오래되었지만 김명진 이노그리드 대표가 부임한 지 올해 4년째다. 빅데이터 박사 학위를 가진 인물이다. 이노그리드에 합류해 CTO까지 역임했고 대표이사에 올랐다. 클라우드는 장기 마라톤 경기 같다. 오랜 업력은 기술의 축적의 시간을 의미한다.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송은경 본부장이 지난해 합류했다. 그도 해당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들이 도전과 결과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테크수다 Techs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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