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의 베트남 시장 진출기…"쉽지 않지만 가야할 길"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베트남 하노이에 왔습니다. 처음입니다. 베트남 쌀국수를 서울과 미국 출장길에 즐겨 먹었지만 본가에 와서 먹고 있습니다. 종가집을 방문한 것이죠. 종가집 쌀국수의 맛을 뭐라 표하기는 힘듭니다. 제 입맛이 이미 다른 맛에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본가에서 한번 먹어봤다고 고향집에 돌아가면 뻐기고 다닐 것 같습니다.


김진환 영림원소프트랩 베트남 법인장이 베트남 ERP 시장 현황과 고객 사례를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 플라자 호텔에서 발표하고 있다.


영림원소프트랩이라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의 베트남 본부장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영림원소프트웨어 랩은 국내 대표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로 1993년 설립돼 20주년을 넘겼습니다. 지난해 매출 2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SAP와 오라클이라는 글로벌 거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았습니다. 매출 300억원 이상의 기업들을 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견실한 기업입니다. 영림원은 20주년을 맞이하면서 2015년까지 해외 매출 3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어쩌면 무모한 목표가 될 수도 있지만 이 목표를 향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 300억원 돌파를 위해서도 무척 중요한 시장입니다.


김진환 영림원소프트랩 베트남 법인장은 "6년여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베트남 법인도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기존 한국 고객들의 현지 진출을 통한 신규 수요를 적극 받아안으면서 동시에 베트남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동남아 시장 진출의 핵심 역할을 이곳에서 담당해 나갈 계획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외산 기업들의 파상 공세를 이겨내고 생존한 기업이 역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방어적인 전략을 펴다가 이제 정반대의 입장이 된 것이죠. 베트남에서 영림원은 이방인입니다. SAP와 오라클 같은 외국 기업이면서 동시에 베트남 자체 솔루션 업체들과 경쟁하는 한국의 한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경쟁 자체로만 본다면 쉽지 않은 싸움입니다. 두 거대 외산 벤더는 베트남에서도 그 위세가 대단합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의 힘이겠지요. 소프트웨어 산업을 자국 기업들을 통해 이룩하고자 하는 베트남 정부의 의지나 현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모습은 한국 시장에서 영림원의 상황과 맞닿아 있고 오버랩됩니다. 그 심정은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했던 내용입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계기는 좋은 인력들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고객들을 현지에서 더욱 밀착 지원하기 위해서입니다.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본국에서 관련 제품을 사용하던 고객들이 해외 각 지사를 만들고 다양한 지역에 생산 공장을 마련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로 나온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해당 지역의 기업들이 선진 기업들의 업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다양한 사례를 찾을 때 자연스럽게 현지의 고객을 확보한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미 검증된 제품이라는 것은 엄청난 이점이지요. 이는 영림원에게도 동일합니다.


중국은 전세계 제조 공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곳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많이 진출하면서 현지 기업들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본사에서 이미 검증된 제품을 해외 지사에도 적용하려고 합니다. 베트남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베트남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를 비롯해 수많은 국내외 협력사들이 함께 진출하고 있습니다.


김진환 법인장은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은 베트남 최대 수출 기업입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투자를 하면서 국내외 협력사들도 함께 진출하고 있습니다. 초기 고객은 이렇게 진출하는 국내 기존 고객들입니다. 또 이미 진출해 있던 한국 기업들 중 ERP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곳들이지요. 국내 업체로는 거의 유일하게 베트남 지역에 법인을 만들어 놓고 지원하는 곳은 영림원이 유일합니다. 아마도 이런 점들이 고객들에게 더 많은 신뢰를 주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외형적으로 보면 너무나 쉬운 진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베트남 법인들은 현지인들을 채용하고 업무 시스템은 베트남어로 지원해줘야 합니다. 이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사전 컨설팅부터 구축, 운영, 교육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잡을 수도 없습니다. 초기 섬유 중심의 기업들이 진출했지만 요 근래 건설, 반도체, 모바일, 철강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늘어도 지원 인력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못하면 그간의 신뢰 관계는 하루 아침에 금이 가게 됩니다.


시장의 변화에도 대응해야 합니다. 베트남도 고공행진을 하다가 최근 경제 사정이 안좋아져 주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용 절감의 이슈가 부상할 수밖에 없고 이는 SaaS(Software as a Service)나 클라우드 관련 제품의 판매로 이어집니다. 고객 상황이 바뀌어 무조건 고객 내부에 시스템을 다 도입해 구축해서 운영하지 않습니다. 영림원은 예전 지식경제부의 WBS(World Best Software) 육성 정책 중 ERP 분야에 선정되어 새로운 흐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품들을 마련했습니다.


동석했던 영림원 본사 전략마케팅팀 임승환 팀장은 "이미 2009년 서비스기반 아키텍처(SOA) 기반으로 개발된 K.시스템 버전 5 제뉴인을 모바일과 클라우드 시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제품들을 모두 마련했습니다. 관련 제품들은 2014년 상반기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정된 인원과 자원을 활용해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이를 통해 해외 현지 법인들이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유연하게 대응하고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철저히 현지 파트너들과 대형 고객들과 협력해서 현지 고객들에게 제공될 예정입니다. 김 법인장은 국내 기존 고객이나 베트남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고객이 되고 있지만 베트남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베트남의 기업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22명의 인력 중 법인장을 빼고는 모두 베트남 현지 인력들을 채용한 것도 바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입니다.


6년여의 시간은 결코 짧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길지도 않습니다. 그 시간을 현지에 뿌리내리기 위해서 본사의 제품과 현지의 인력들이 조화를 이뤄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변방의 나라에서 글로벌 벤더들과의 경쟁에서 생존한 배경은 기술을 통한 신뢰고 이는 베트남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이들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형이 될 겁니다.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라는 말이 정말 크게 다가온 만남이었습니다. 그들의 두드림이 어떤 결실로 돌아올 지 멀리서마나 응원하겠다는 말 밖에는 달리 할 일이 없었습니다만 그들의 열정을 확인하고 그 열정을 수혈 받은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로 그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합니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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