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PD의 서랍상자 ①] 도라이브는 어떻게 미국과 서울의 이원생중계를 했을까

“서 PD, 그럼 이제 우리 만나지 않고 각자 집에서 라이브 하면 되겠네?!”

도안구 편집장이 지난 2월 LA와 한국 서울을 연결한 이원생중계 방송을 마치고 남긴 첫마디 말이다. 그의 말에서 환희가 느껴졌다. 도라이브는 찾아가는 생방송이 콘셉트인데, 앞으로 찾아가지 않고도 안방에 앉아 방송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기뻐하는 것 같았다. 사실 그래서 나는 조금 두려웠다.(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야 회사가 굴러가는 거 아닌가?!!!)

사실 말이 거창해서 이원생중계지, 이건 그냥 영상통화 화면을 그대로 캡쳐한 뒤 조금 세련된(?) UI를 붙여 짜깁기 한 거였다. 사실 아프리카TV BJ들에게 영상통화 방송은 너무나 일상적인 것이기에 이걸 궁금해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 도라이브 시청자 한 분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서울과 중국, 미국을 연결한 라이브는 대체 어떻게 한 거냐고.

방법을 메신저로 설명해줬지만, 라이브 방송 메커니즘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글로 한 번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사실 간단하게 다이어그램을 만들어 장표 1장으로 때우려고 했는데, 너무 오랜만에 들어온 문의이고 사진 한 장으로 하려니 너무 불친절한 것 같아 짧게나마 글을 썼다…는 후문)
도라이브의 첫 이원생중계 : 중국 항저우
우선 도라이브 이원생중계의 초기 버전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알리클라우드 행사를 연결했던 것이었다. 아래 <그림 1>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스카이프(Skype)로 도안구 편집장 PC와 항저우에 나가 있는 조성범 대표의 스마트폰을 연결했다.

<그림 1> 중국 항저우를 연결한 도라이브의 첫 이원생중계



그 다음 화상채팅이 이뤄지는 도안구 편집장의 PC를 머러링 방식으로 중계용 PC로 불러온다. 이를 위해서는 캡쳐보드가 필요하다. 화상채팅 PC 화면을 그대로 복사해서 중계용 PC에 불러오는 거라고 보면 된다. <그림 2>를 참고하자.

<그림 2> 중국 이원생중계 방송의 다이어그램



이 당시 도라이브는 OBS라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방송 초기였기 때문에 특별히 레이아웃도 없었다. 갈 곳 잃은 테크수다 로고만 덩그러니 박혀 있다. 심지어 방송용 로고도 아닌, 그냥 테크수다 페이스북 페이지 프로필 로고 이미지였다. 지금 다시 보니 참 부끄럽다.(삐질)

왜 저렇게 허접하기 짝이 없는 레이아웃을(심지어 위에는 맥 UI가 그대로 있고, 스카이프 로고도 보인… 부끄럽다) 그대로 방송으로 내보냈냐고 묻는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도안구 편집장의 업무 스타일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본다. 라이브 일정을 짧게는 몇 시간 전에, 정말 길어봐야 이틀 전에 알려주는 경우가 많아 준비할 시간이 참 부족했다.

이때는 카메라파이 라이브 앱을 만드는 볼트마이크로 사무실을 빌려 라이브를 진행했다. 라이브 앱을 만드는 사장님이 있는 곳이라, 어떤 문제가 생기면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심리적 안정감 때문에 볼트마이크로 사무실을 무턱대고 찾아갔던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카메라파이 라이브 짱짱맨, 언젠간 이 앱도 리뷰를 남겨보겠다)
그룹 통화를 이용했던 두 번째 이원생중계 : 미국 LA
중국 이원생중계를 계기로 도안구 편집장은 업체들에 약을(?) 팔기 시작했다. 취재를 위해 기자들에게 비싼 항공권을 제공하는 대신 현장에 나가 있는 직원을 소개해 주면 도라이브가 영상통화로 현장에 나가 있는 직원과 라이브 인터뷰를 진행하는 거였다. 김영란법 때문에 기자들을 해외로 초청하는 것에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던 터라 상당히 시의적절한 딜이었던 것 같다.(고마워요. 김영란법!)

아무튼 그렇게 해서 빚어진 프로젝트가 ‘도라이브 해외 현장 라이브 : 보라쇼 ‘솔리드웍스 월드 2017’을 가다’였다. 더기어의 정보라 기자가 다쏘시스템의 연례행사인 ‘솔리드웍스 월드 2017’에 직접 방문 취재하는 걸 도라이브 쪽에서 화상통화로 연결해 소셜 라이브로 중계하는 프로젝트였다.

이 라이브의 문제는 시차였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행사들은 대부분 오후 4시에서 5시면 문을 닫는다. 미국 LA였기 때문에 16시간 차이가 나서 방송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겨우 타협을 한 시간이 한국 시각으로 오전 8시 30분. 미국 LA 시간으로는 오후 4시 30분이었다. 현지 행사장은 마무리가 되는 시간이고, 한국은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시간은 그렇다 치고, 문제는 방송을 진행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거였다. 아는 사람들은 아는 사실인데, 테크수다는 사무실이 없다. (찾아가는 생방송의 컨셉은 애초에 사무실이 없던 터라 나올 수 있었던 거였을지도…)

사무실 빌붙기 찬스를 쓰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제아무리 철면피인 우리라도 염치없이 아침부터 사무실을 빌려달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꾀를 냈다. 바로 페이스북 메신저의 ‘그룹 통화’ 기능을 활용해 각자 있는 곳에서 영상통화를 걸고 그 화면을 중계용 PC에서 캡쳐해 방송을 쏘는 거였다.

<그림 3> 그룹통화를 이용한 이원생중계


<그림 4> 그룹통화 화면을 OBS로 바로 캡쳐한다.



도안구 편집장은 은평구 자택에서, 나는 송파구 자택에서, 정보라 기자는 미국 LA 솔리드웍스 월드 행사장에서 페이스북 그룹 통화를 했다. 나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끈 상태에서 화상통화로 수신되는 정보라 기자와 도안구 편집장의 화면을 라이브로 전송했다. 페이스북 메신저 UI가 그대로 방송되는 것이 좀 쌈마이 느낌이라 뽀샵질을 좀 해서 나름 멋진(?) 레이아웃을 만들었다.

<그림 5> CNN 이원생중계를 보고 카피한 도라이브 이원생중계 레이아웃


<그림 6> 레이어링한 OBS 화면



보통 인터넷 방송용 인코더 소프트웨어들은 레이어링을 할 수 있도록 구현돼 있다. 물방울이 움직이는 클립을 가장 밑에 깔고 그 위에미리 만들어 놓은 레이아웃을 올렸다. 그리고 그 위에 영화통화 화면을 크롭해 올리면 끝이다. 무료 프로그램인 OBS로도 레이어링 같은 기능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림 7> OBS 레이어링



뒤에 움직이는 물방울 클립은 유튜브에서 로열티 프리(=저작권 없는) 영상을 다운로드한 것이다. 본인의 취향에 맞게 영상을 바꿔 넣어도 된다. 혹시 포알못(포토샵 알지 못하는)이라 레이아웃 제작이 어렵다면 seopd@techsuda.com으로 연락하라. 텍스트만 바꿔서 쓸 수 있는 레이아웃 파일(포토샵 저장 파일)을 기꺼이 내어주겠다.(10만 원에 콜?)

여기서는 기술적인 셋팅도 몇 가지 필요한데, 바로 오디오 셋팅이다. 중계용 PC에서 나오는 그룹통화 음성 소스가 중계용 소프트웨어(OBS)로 입력돼야 시청자들이 영상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다. 맥(Mac)의 경우 ‘사운드플라워(Soundflower)라는 오픈소스 가상 오디오 장치가 있어서 셋팅이 간단한 편이다. 사운드플라워 셋팅 방법에 대해서는 백투더맥의 글을 참고하자.

운영체제 내에서 재생되는 모든 소리를 녹음하는 'Soundflower'를 OS X 엘 캐피탄에 설치하는 방법 - <백투더맥>

이 사운드플라워를 이용하면 중계용 PC에서 그룹통화 내용을 들으면서 OBS로도 보낼 수 있다. 사운드플라워를 이용한 로직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컴퓨터에서 나오는 오디오 소스를 복제해서 하나는 실제 스피커로, 또 하나는 사운드플라워로 보내는 것이다. OBS에서 이 가상 오디오 장치인 사운드플라워를 입력 소스로 선택하면 컴퓨터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를 방송으로 내보낼 수 있게 된다.

설정 방법은, 우선 맥의 ‘오디오 MIDI 설정’에서 ‘다중 출력 기기’를 생성한 후 오디오 소스를 실제 스피커(내장출력)와 사운드플라워로 동시에 내보내도록 체크(설정)한다. 그 다음 맥의 사운드 소스를 ‘다중 출력 기기’로 선택하면 된다. <그림 8>, <그림 9> 참고.

<그림 8> 오디오 MIDI 설정에서 ‘다중 출력 기기’ 생성


<그림 9> 출력 기기를 ‘다중 출력 기기’로 설정



OBS에서는 컴퓨터에 연결된 오디오 입력 장치(가령 USB로 연결된 마이크 혹은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불러올 수가 있는데, 사운드플라워를 설치하면 OBS에서 이 가상 오디오 입력 장치를 불러올 수가 있다. 이런 로직을 통해 중계용 PC에서 영상통화 내용을 들으면서 방송으로 내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맥을 사용하기 때문에 윈도우에서의 셋팅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점, 양해를 바란다. 하지만 분명 방법이 있는 걸로 안다. 구글링 해보시길.)

<그림 10> OBS에서 불러온 사운드플라워 가상 오디오 장치


이원생중계의 핵심은 네트워크! : 미국 샌프란시스코 이원생중계
미국 LA 이원생중계 때는 업체(다쏘시스템 측) 측에 신신당부해서 버라이즌 USIM을 꼭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이유는 LTE 속도 때문이었는데, 영상통화의 영상 퀄리티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바로 통신 속도다. 나성에 거주하는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서 제일 빠른 LTE를 제공하는 통신사가 바로 버라이즌이란다.

한국 통신사를 로밍해서 하면 절대 안 된다. 로밍은 모바일 데이터가 한국을 무조건 경유해서 넘어가기 때문에 영상통화를 자유롭게 할 만큼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버라이즌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현지 USIM을 준비할 것을 권장한다.

<그림 11>은 통신이 불안해서 시청자들에게 좋은 퀄리티의 영상을 제공하지 못했던 조금은 아쉬운 라이브였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는데, 우선 버라이즌을 이용하지 않았고 RSA 컨퍼런스 현장에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그림 11>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RSA 컨퍼런스 2017’ 현장을 연결한 이원생중계



무선 통신의 어쩔 수 없는 약점인데, 사람이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데이터 통신이 잘 안 된다. 대역폭은 한정돼 있고 이용자는 많기 때문인데, 올해 겨울 사람이 많이 모였던 광화문 촛불 집회 현장에 나가봤던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것이다. 사람이 한 장소에 모이면, 그 많은 사람들이 한정된 대역폭을 나눠 쓰기 때문에 데이터 통신은 당연히 느려질 수밖에 없다.

참고로 페이스북 라이브를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최소한 30mbps의 인터넷 속도를 뽑아줘야 하며, 최소 3mbps는 나와야 최악의 화질로라도 방송할 수 있다. 영상통화도 결국 영상을 전송하는 것이므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로 본다. 필자는 습관적으로 방송하기 전에 beta.speedtest.net 사이트에 들어가서 속도를 측정한 뒤에 방송을 시작한다.

여기서 또 하나 경험을 통해 터득한 팁이 있다면, Wi-Fi를 믿지 말라는 것이다. Wi-Fi는 연결 상태가 매우 좋더라도 간헐적인 끊김이 있다. 웹서핑이나 메신저와 같이 항상 인터넷에 연결돼 있을 필요가 없는 서비스는 간헐적인 끊김에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방송은 다르다. 계속해서 영상을 인코딩해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끊김이 있어선 안 된다.

특히 페이스북은 라이브일지라도 하나의 게시물 형태로 포스팅이 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있어 무척 취약하다. 페이스북 라이브는 일정 시간 동안 영상 인풋이 없으면 방송이 강제로 종료된다(경험상 5분 이내인 것 같다). 방송이 종료된 후에 다시 방송을 열면 새로운 게시물로 타임라인에 포스팅되기 때문에 기존에 잘 시청하고 있던 독자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방송하든, PC 또는 전용 장비를 이용해서 하든 Wi-Fi 환경은 피하는 것이 좋다. (차라리 LTE가 낫다.) 특히 전시회 같이 무선인터넷 공유기(AP)가 많은 곳일수록 서로 혼선이 많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도라이브가 초창기에는 Wi-Fi를 이용하는 페이스북 전용 라이브 카메라 ‘MEVO’를 많이 활용했는데, 잘 활용하지 않게 된 계기가 바로 Wi-Fi의 한계 때문이었다.(창고에서 썩고 있는 MEVO...흑흑)

<그림 12> 페이스북 전용 카메라인 ‘MEVO’ 최근에는 트위터로도 라이브를 할 수 있도록 기능이 추가됐다.



끝으로 도라이브가 페이스북 그룹통화 기능을 이용해 했던 라이브 중 흥미로웠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고 마치려고 한다. 국내에선 아마 최초일 것 같은데, 국제선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던 미디어가이 김조한 아이유노 디렉터와 태평양 상공 라이브를 했던 것이다. 당시 김 디렉터는 싱가포르항공에 탑승 중이었고, 기내 무선 인터넷 상품을 활용해 도라이브와 그룹통화를 시도했었다.

기내 Wi-Fi 속도가 아주 빠른 편은 아니라 그룹통화가 원활하진 않았지만, 음성은 들어줄만 했다. 이제 비행기에 탑승한다고 인터뷰가 어렵다는 핑계를 댈 수 없는 세상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태평양에서 유튜브, 페북 라이브를 하는 시대가 왔다'에 잘 정리돼 있으니 참고하자.

<그림 13> 김조한 미디어가이와 함께한 태평양 상공 라이브



횡설수설 말이 많았다. 도안구 편집장과 3년 정도 일을 같이 하니 점점 닮아가는 것 같다. 필요한 정보만 담아가고 쓸데없는 썰은 알아서 거르시길. 이상으로 도라이브 이원생중계 노하우 설명을 마치겠다. [테크수다 Techsuda]

중국 항저우 이원생중계 다시보기




[embed width="" height=""]https://youtu.be/BLQC6jan-Eg[/embed]



미국 LA 이원생중계 다시보기




[embed width="" height=""]https://youtu.be/GMjm4NEvA8E[/embed]



미국 샌프란시스코 이원생중계 다시보기




[embed width="" height=""]https://youtu.be/bebJeiGx6Pk[/embed]



국내 최초 태평양 상공 라이브 다시보기




[embed width="" height=""]https://youtu.be/3M772Rgn9ok[/embed]


[toggle title="‘서PD의 서랍상자’는 " state="open"]테크수다의 서준석 PD가 소셜 라이브에 관한 정보나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테크 관련 썰을 풀어놓는 시답잖은 코너다. 누군가에겐 정보가 될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겐 그냥 쓰레기가 될 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 둔다. 나는 경고했다.[/to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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