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의 클라우드 여정 엿보기

oracleceo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시장에서 흥미로운 소식 2가지가 연달아 전해졌다. 모두 동일 회사 이야기다. 오라클(Oracle). 전세계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최강 강자로 우뚝 선 후 미들웨어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유통, 통신, 유틸리티, 제조 등등의 특화된 산업용 소프트웨어도 모두 흡수하고 썬 마이크로시스템즈까지 품에 안으면서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애플'을 꿈꾸는 전세계 3대 SW기업. 리눅스 커널도 직접 손대면서 오라클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를 제공하고 있고 썬을 인수하면서 솔라리스도 보유하고 있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관련 첫번째 소식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https://blogs.oracle.com/cloud/entry/oracle_and_microsoft_join_forces) 이다. 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서버 하이퍼 V와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Windows Azure : http://www.windowsazure.com)에 오라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만들어 제공한다. 두번째는 세일즈포스닷컴과 깜짝 협력 발표였다.



첫번째 소식은 그리 새로울 건 없다. MS 애저는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 PaaS(Platform as a Service), SaaS(Software as a Service)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다. 윈도우 서버는 기업용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아마존의 위협할 정도로 그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오라클은 2008년 9월 아마존 AWS에 자사의 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 개발툴 등을 제공해 왔다. 라이선스 수입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을 외면할 이유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에 자바,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웹로직 서버 등을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순차적으로 오라클 리눅스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군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윈도우 서버 기반 DBMS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SQL 서버가 65%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45% 가량은 윈도우용 오라클 DB다. 아마존을 따라잡으면서도 동시에 구글이 서서히 들어오는 IaaS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라클과의 협력은 좋은 경쟁 요소가 된다. 오라클은 자사 제품군을 이곳 저곳에 포진시켜 놓으면 되기 때문에 아쉬울 게 없다.



흥미로운 건 세일즈포스닷컴과의 제휴다. 세일즈포스닷컴은 오라클 출신 마크 베니오프가 설립한 고객관계관리(CRM) 분야의 SaaS 업체다. 초기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는 지분도 보유하면서 이 회사를 밀어줬다. 세일즈포스닷컴이 설립되기 4개월 전에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과 전 오라클 경영진인 에반 골드버그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SaaS로 제공하는 넷스위트를 만들었다. 넷스위트의 성적은 세일즈포스닷컴에 비해 초라한 상황이다.



오라클은 시벨을 인수한 후 세일즈포스닷컴을 잡기 위해 시벨 온디맨드라는 SaaS도 선보였고, 다양한 기업용 소프트웨어도 클라우드 전략 아래 SaaS로 하나둘 제공해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티격 태격하던 세일즈포스닷컴의 하부 인프라를 모두 오라클 제품군으로 채우는 쾌거를 올린 것. 어쩌면 세일즈포스닷컴 입장에서 점점 더 고도화되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 더욱 빠르게 들어가기 위해서는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 기술과 미들웨어, 자바 기술이 필요했는 지 모를 일이다. 기업용 특화 솔루션이라는 측면에서 하부 인프라를 다른 대안 제품으로 채울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세일즈포스닷컴은 오라클의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DB 어플라이언스인 엑사데이터 엔지니어드 시스템, DB, 자바 미들웨어 제품군을 하부 인프라로 활용한다. 무려 9년의 협력이다.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는 건 당연. 세일즈포스닷컴은 자사 CRM을 오라클의 인사관련한 HCM과 통합해 오라클 파이낸셜 클라우드에 제공한다. 이번 협력으로 시벨 CRM 온디맨드는 사실상 경쟁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두 회사가 급작스런 협력이 이뤄진 것은 뜻밖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CRM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고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기반에서 다양한 CRM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대응하겠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100% 동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추정을 한다면 SAP라는 경쟁자가 생각보다 호락호락 하지 않고 구축형 CRM 시장에서도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빠르게 공급하고 있어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아마존이나 구글이 기업용 CRM 시장으로 빠르게 들어올 수 있는 여지도 미리 차단할 수 있다.



"클라우드는 마케팅용어에 불과"



오라클의 클라우드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유있는 마음을 가지고 그간의 행보를 살펴보면 된다. 회장의 말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 애플 전 CEO와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 현 오라클 CEO는 절친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면서 사내 이사로 래리 앨리슨를 끌어 들일 정도였고, 래리 앨리슨은 쫓겨나는 잡스에게 애플을 사줄까 라는 말을 할 정도로 돈도 많고 우정도 각별했다.



초록은동색이라고 했던가. 그들은 말을 자주 바꾸는 것도 닮았다. 그런 시장엔 별 관심이 없다고 했다가도 슬그머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들어온다. 래리 앨리스은 썬을 인수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결합하는 어플라이언스 머신을 소개하면서 내 친구가 했던 것처럼 하겠다고 밝혔었다. 바로 애플의 아이폰처럼 하나의 완전한 결합체를 제공했듯이 기업용 시장(B2B) 시장에서도 그런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드(Cloud)에 관한한 래리 엘리슨 회장의 말바꾸기는 거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치기 소년을 능가한다. 그래도 고객들은 오라클을 신뢰한다. 데이터베이스 때문이다.



래리 회장은 "클라우드는 마케팅 용어로 새로울 것이 없다. 예전부터 있어왔던 기술들을 다시 포장한 것일 뿐"이라고 했었고, 썬을 인수하면서 "우리는 퍼블릭 클라우드에 관심 없다"고 썬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단시켜버렸다. 하지만 준비를 안해온 건 아니다. 자신에게 아주 유리한 시점이 오기 까지, 그리고 자신들의 무기가 하나 하나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준비했다.



오라클은 자사의 모든 장비로 채워진 데이터센터를 통해 기업 대상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라클은 IBM이나 HP,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들과 조금은 다른 클라우드 접근법을 쓰고 있다. 오라클은 1990년 대 후반부터 자사의 데이터베이스를 원격에서 서비스로 관리해 주는 일을 해 왔다. 고객들은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오라클에게 자사의 데이터베이스 관리 까지도 통으로 맡기곤 했다. 이를 통해 오라클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관리와 마이그레이션 지원, 고객 제품에 대한 원격 지원 등을 통해 기술들을 축적해 왔다.



미들웨어와 서버, 운영체제를 손에 넣은 오라클은 모든 통합 이슈를 자사가 해결해 놓고 기업들은 그 위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사용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자사 장비를 데이터센터에 놓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면서도 국내외 고객들에게 자사 장비를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사가 쓰는 형태 그대로 고객들의 데이터센터에 채워주는 임대 사업도 한다. 구축부터 설치, 통합, 테스트까지 모두 오라클에게 맡기고 실제 필요한 것만 하라는 전략이다.



아마존과 협력할 때도 개발 프로젝트 먼저 시작하면서 고객들의 눈 높이에 맞도록 준비해 왔다. 시장은 순차적으로 변하고 기업들도 한꺼번에 모든 걸 바꾸기보다는 하나 하나 검증하면서 도입하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물론 오라클의 이런 클라우드 전략이 기업들에게 얼마나 먹힐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강력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오라클의 행보는 무시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다만 일체형 모델을 가져가는 썬의 하드웨어 경쟁력에 대해 고객들이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용 시장의 '애플'이 되겠다는 래리 엘리슨 회장의 비전은 아직까지 완벽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오라클은 매년 가을에 오픈월드라는 대규모 고객 행사와 기술 세미나, 자바원 행사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개최한다. 모바일, 소셜, 클라우드라는 3개의 키워드가 당분간 수년간은 IT  분야를 대표하는 용어라는 점에서 올해 또 어떤 클라우드 관련 깜짝 발표가 기다리고 있을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관련 주요 행보


2008년 9월 : 아마존 AWS에 오라클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 개발 툴 제공


2008년 9월 엑사데이터(Exadata) 1 발표 : HP와 협력한 DB 어플라이언스


2009년 5월 썬 인수 &


썬 퍼블릭클라우드 사업 철수 발표


2009년 10월 엑사데이터 2 발표 (썬 장비 활용, HP와는 결별)


2010년 9월 엑사로직 엘라스틱 클라우드(Oracle Exalogic Elastic Cloud) (PaaS)


2011년 10월 SaaS 기반 CRM 업체 라이트나우 15억 달러에 인수


2012년 10월 2세대 엑사로직 발표(PaaS)


3세대 엑사데이터 발표


2012년 10월 IaaS 시장 진출 선언


2013년 1월 IaaS 공식 서비스 개시


2013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 세일즈포스닷컴과 클라우드 협력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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