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cle Cloud World 2024]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오픈 멀티 클라우드 완성과 AI 기반 보안 혁신"···오픈 강조하며 AWS·MS Azure·Google 데이터센터 안으로 '쏙'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오라클의 달라진 행보를 확실히 확인한 자리였다. 오라클이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AI) 기술의 혁신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 오라클 회장은 '오라클 클라우드월드 2024' 기조연설에서 멀티클라우드 시대의 개막과 AI 기반 보안 기술의 혁신을 선언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라클은 AWS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의 개방성을 확대하고, 동시에 AI를 활용한 혁신적인 보안 솔루션을 제시하며 클라우드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오픈 멀티클라우드 시대의 개막: AWS와의 전략적 제휴

엘리슨 회장은 연설 초반부터 '오픈 멀티클라우드 시대의 시작'을 선언하며 화두를 던졌다. 그는 "고객들이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조합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오라클이 다양한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를 지원했던 '오픈 시스템' 철학의 연장선상에 있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발표는 오라클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전략적 제휴였다.

엘리슨 회장은 "2024년 12월부터 AWS 데이터센터 내에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AWS 고객들이 오라클의 핵심 제품인 엑사데이터 데이터베이스를 AWS 환경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되는 획기적인 변화다.

매트 가먼 AWS CEO도 무대에 올라 "고객들이 AWS의 보안성과 확장성을 누리면서 동시에 오라클의 핵심 워크로드를 낮은 지연시간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베스트바이, 보다폰, 엑손모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이 서비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엘리슨 회장은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의 AWS 내 가격과 성능, 기능이 OCI와 동일할 것"이라며 "고객 선택권 확대가 우리 비즈니스에 항상 도움이 되어왔다"고 강조했다. 이는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고객 기반 확대를 노리는 오라클의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오라클은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인 OCI를 제공하고 있지만 선발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과의 협력도 강화하면서 클라우드 시대 데이터베이스 강자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유연한 전략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AWS와의 협력 이전 오라클은 2023년 9월에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와 관련 서비스 제공에 대해 첫 협력을 했다. 이후 올 초 구글 클라우드와 협력을 발표하고 드디어 구글클라우드 고객들도 관련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마지막 남았던 퍼블릭 분야 1위인 아마존웹서비스와 협력하면서 3대 클라우드 사업자의 데이터센터 안에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에 있던 핵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이로써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의 클라우드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이 OCI 인프라를 고스란히 경쟁하던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데이터센터 안에 설치해 고객들이 활용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앤디 지트니 CTO는 무대에 올라 "오라클과 AWS의 파트너십은 우리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데이터의 중력이 크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베이스를 분리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이번 협력으로 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AI 기반 보안 기술: 사이버 위협 대응의 새로운 패러다임

엘리슨 회장은 연설의 후반부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보안 솔루션을 소개하며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사이버 전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AI 기술을 활용해 보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오라클이 제시한 보안 혁신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자율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데이터 보안 강화다. 엘리슨 회장은 "인간의 실수로 인한 보안 취약점을 제거하고 모든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율 주행 자동차가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보다 안전한 것처럼, 자율 데이터베이스는 인간이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둘째, AI 기반 코드 생성 기술인 'APEX'를 통한 애플리케이션 보안 강화다. 엘리슨 회장은 "APEX로 생성된 코드는 보안 취약점이 없고 복구가 용이한 무상태(stateless)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PEX를 사용하면 Java로 직접 코딩하는 것보다 10배 이상의 생산성을 얻을 수 있으며, 동시에 더 안전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한 사용자 인증 강화다. 엘리슨 회장은 "비밀번호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얼굴, 지문, 음성 등 생체정보를 활용한 인증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년 후부터 오라클 직원들은 비밀번호 대신 생체인식으로 시스템에 로그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ZPR(Zero Privileged Routes)' 기술을 통한 네트워크 보안 혁신이다. 엘리슨 회장은 "네트워크 구성과 보안을 분리하고, 승인된 경로로만 데이터가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개념의 보안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ZPR을 통해 네트워크 구성을 변경하더라도 보안에 영향을 주지 않는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엘리슨 회장은 "이러한 AI 기술들을 결합하면 대부분의 심각한 사이버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사이버 범죄자들도 위협적이지만, 국가 단위의 사이버 공격 능력은 더욱 위협적"이라며 "우리의 디지털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기술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오라클의 AI 기반 보안 혁신 4대 축

1. 자율 데이터베이스: 인간 개입 없는 완전 자동화로 데이터 보안 강화

2. APEX: AI 코드 생성으로 보안 취약점 없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3. 생체인식 인증: 비밀번호 대체할 차세대 사용자 인증 시스템

4. ZPR: 네트워크 구성과 보안 분리, 승인된 경로만 허용하는 새로운 보안 개념

오라클의 클라우드 전략: 공공과 민간의 경계를 넘어

엘리슨 회장은 오라클의 클라우드 전략이 공공 클라우드와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모두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라클은 현재 162개의 공공 및 프라이빗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수는 1,00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라클은 'Enterprise DRC@C(Dedicated Region Cloud@Customer)', '얼라이언스 클라우드', '소버린 클라우드' 등 다양한 형태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엘리슨 회장은 "일부 고객들은 규제나 데이터 주권 문제로 인해 공공 클라우드로의 이전을 망설이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라클은 OCI를 운영하기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협력한 클라우드 사업자들 데이터센터 뿐만 아니라 엔터프라이즈와 공공 고객들의 데이터센터 안에 고스란히 가져다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의 노무라종합연구소(NRI)가 오라클의 클라우드를 이용해 도쿄증권거래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프라이빗 클라우드의 신뢰성과 성능을 강조했다.

"우리는 엔비디아(Nvidia), OpenAI의 ChatGPT, xAI의 Grok 등 AI 트레이닝을 위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부터 144kW 규모의 소형 데이터센터까지 다양한 크기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자신의 요구사항에 가장 적합한 클라우드 환경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엘리슨 회장의 이 말은 오라클이 클라우드 시장에서 얼마나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클라우드는 마케팅 용어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 시장 대응에 늦은 바 있다. 하지만 퍼블릭은 늦었지만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의 강력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해 변신에 성공하고 있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회사로 출발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제품은 어떤 운영체제든 가리지 않고 지원한다. 유닉스, 리눅스, 윈도우 서버 등 고객이 원하고 선택한 환경에 적극 대응해 왔다. 2024년 오라클 클라우드 월드에서의 AWS와의 마지막 협력은 '오픈'을 강조하며 거인 IBM을 물리치던 초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데이터베이스 오라클이 클라우드 시대에 완전히 적응하고 비상하고 있다.

80세의 래리 엘리슨 회장의 기조 연설을 앞으로도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한국 테크 기업들의 창업자들이 정작 닮아가야 할 모습은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2025년 오라클 클라우드 월드에서도 그를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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