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를 대하는 인텔과 삼성전자의 다른 행보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인텔과 네이버가 생성형 AI 시대 대응을 위해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인텔의 연례 고객과 파트너 컨퍼런스인 인텔비전 2024(Intel Vision 2024)에서 이런 협력 소식을 전했다. 인텔 글로벌 행사에 네이버가 최대되어 키노트 연설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텔 비전 2024에서 발표하는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센터장(오른쪽)과 팻 갤싱어 인텔 CEO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는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을 무대로 불러 물었다.

팻 겔싱어 인텔 CEO : 네이버와 인텔이 어떤 협력을 하고 있죠?

하정우 센터장 : 네이버는 글로벌 LLM 개척자이자 한국의 선도 적인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강력하고, 혁신적이고, 안전한 멀티모달 LLM 학습 모델을 개발하고 배포하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인텔과 세가지 영역에서 협력하려고 합니다.

첫째, 생성형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관리하기 위해 스타트업과 학계를 포함한 공동 랩을 만들어 연구를 추진하고, 가우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확장합니다.

둘째, 가우디 2(Gaudi 2)를 테스트할 예정이며, 성공적인 평가결과로 LLM 학습 인프라 구축에 적 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LLM 학습 인프라의 상업용 클라우드 인스턴스를 글로벌 기업 고객에게 제공해 생성 형 AI 시대를 위한 경쟁력과 혁신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팻 겔싱어 인텔 CEO: 왜 인텔과 가우디를 선택하셨는지요?

하정우 센터장: LLM 교육과  추론을 위한 가장 경쟁력있는 솔루션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대규모 트랜스포머 모델(large-scale Transformer models)의 컴퓨팅 작업 실행에서 가우디의 기본적인 역량을 확인했습니다. 가우디는 AI 전용 설계를 통해 뛰어난 와트당 성능과 총소유비용(TCO)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TTV(타임투밸류) 또한 중요한 선택 이유로, 인텔팀의 신속하고 즉각적인 대응과 기술지원이 있었습니다. 이번 협력의 목표는 네이버가 고성능, 비용 효율적인 인프라에서 가장 강력한 LLM 모델을 개발하여 AI주권을 위한 노력을 넘어서 'AI 에브리웨어’라는 비전에 기 여하는 것입니다.

팻 겔싱어 인텔 CEO : 감사합니다. 네이버와 향후 수십년간 지속할 수 있는 멋진 협력을 기대하겠습니다.

두 회사는 국내 스타트업과 대학들이 AI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인텔의 AI 가속기 칩인 ‘가우디’ 기반의 IT 인프라를 제공해 ‘가우디’ 기반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산학 연구 과제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AI 공동연구센터(NICL: NAVER Cloud·Intel·Co-Lab)’를 설립하며, 여기에는 카이스트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포스텍을 포함한 국내 20여개 연구실 및 스타트업들이 참여한다. 네이버가 대표로 나섰지만 외형적으로 보면 인텔이 AI 시대에 한국 대학들과 긴밀히 협력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최근 AI칩 구매 부담으로 인해 국내 스타트업과 학교들의 AI 리소스 환경이 매우 열악해진 상황으로, 네이버클라우드는 국내 AI 연구 활성화와 AI칩 생태계 다양성 강화를 위해 이러한 공동 연구 방식을 인텔측에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인텔은 ‘가우디’의 성능을 입증하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포함한 가우디 기반 AI생태계를 구축하며, 네이버클라우드는 해당 연구들을 주도해 나가면서 하이퍼클로바X 중심의 AI 생태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인텔은 이날 행사에서 기업용 생성형 AI(GenAI)를 위한 성능, 개방성과 선택권을 제공할 인텔 가우드 3(Intel Gaudi 3) 가속기와 함께 생성형 AI 도입 가속화를 위한 새로운 개방형 스케일러블 시스템 스위트, 차세대 제품과 전략적 협력을 발표했다. 가우디3는 엔비디아의 A100, H100 같은 AI 가속기와 경쟁하는 인텔의 제품이다. 현재 가우드2가 출시되어 있다. 가우디3는 올 하반기에 고객들이 활용할 수 있다.

그럼 삼성전자의 행보를 한번 살펴보자. 왜 삼성전자를 거론할지 설명이 필요하다. 두 회사는 2022년 12월에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에 함께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네이버,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 협력 | 삼성반도체 (samsung.com)

당시 발표를 잠시 살펴보자.

AI 전용 반도체 솔루션 개발은 고도의 반도체 설계/제조 기술과 함께 AI 알고리즘 개발/검증, AI 서비스 경험과 기술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각 분야 기술의 선두주자로서 이번 협력을 통해 AI 시스템에 최적화된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초대규모(하이퍼스케일, Hyperscale) AI'의 성능 향상은 처리할 데이터와 연산량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이어지나, 기존 컴퓨팅 시스템으로는 성능과 효율 향상에 한계가 있어 새로운 AI 전용 반도체 솔루션의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다.

두 회사는 AI 시스템의 데이터 병목을 해결하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해 AI 기술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

그 후 1년 반이 다가오고 있다. 네이버 측 담당자들은 두 회사의 협력 성과를 외부 학회에 발표도 하고 어려운 여정이지만 좋은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는 입장도 소셜 미디어나 글을 통해 간간히 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개인 링크드인에 인공일반지능(AGI :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길을 닦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 미국과 한국에 위치한 삼성반도체 AGI 컴퓨팅 랩(Samsung Semiconductor AGI Computing Lab) 설립 소식을 전했다.

그는 "이 전문 연구소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반도체, 즉 미래 AGI의 놀라운 처리 요구 사항을 충촞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하고 "초기에 AGI 컴퓨팅 랩은 추론과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 중점을 두고 거대 언어 모델(LLM : Large Language Model)용 칩 개발에 중점을 둘 것이다"라고 밝혔다.

바로 이 대목이 현재 네이버와 삼성전자가 함께 개발해오면서 테스트하고 개선해 왔던 분야다. 삼성전자와 함께 연구해 온 네이버 측 인물들도 관련 소식을 페북에 공유하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경계현 사장의 포스팅에 팀네이버(네이버, 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이를 개발하고 있다는 언급은 없었다.

뒤이어 3월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경계현 사장은 LLM용 AI 칩 '마하1'을 개발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연합뉴스(삼성전자 "2∼3년안에 반도체 1위 되찾을것…AI칩 '마하1' 개발"(종합2보) | 연합뉴스 (yna.co.kr)에 따르면 경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기술 검증을 했고 시스템온칩(SoC) 디자인을 하고 있고 올해 연말 정도면 칩을 만들어서 2025년 초에는 삼성 칩으로 구성된 시스템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함께 연구개발해 만들고 있는 네이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AWS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알리바바클라우드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은 ARM 기반 CPU, 추론과 학습용 AI 칩을 자체 개발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협력을 하지만 별도로 자체 칩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도 LLM을 만들고 서비스하면서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들과 협력도 하지만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칩이 필요하다고 보고 삼성전자와 공동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도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와의 협력이 무척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AI 반도체 분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네이버, 네이버 클라우드와 협력이 미래 대응을 위해 엄청나게 중요하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 중 LLM을 수년전부터 만들고 연구해온 곳은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삼성전자는 사장의 외부 포스팅과 주주총회 그 어디에도 네이버와 함께 만들어간다고 밝히지 않았다.

인텔은 가우드2, 앞으로 나올 가우드3 확산을 위해 분주하다. 엔비디아 독주를 하루 아침에 막기는 힘들겠지만 AI 인프라 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글로벌 고객들과 다양한 협력을 하면서 시장에서 안착하기 위해 선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네이버가 전면에 나섰지만 수많은 대학들과의 협력도 이를 위한 사전 행보다. 생태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좋은 우군을 확보하고 함께한다는 메시지도 널리 알리고 있다. 누이좋고 매부 좋다.

삼성전자와 네이버의 협력 전선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다. 더 할 건 많아지고 바빠졌다. 이제 시스템 온칩 설계를 하고 있고 내년 초 관련 제품이 나오더라도 지속적인 시장 검증이 필요하다. 국내서 이렇게 테스트를 함께할 곳이 있다는 걸 삼성전자는 고마워하는걸까.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홍보실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하지 않았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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