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토로라' 3조원에 中 레노버 품으로...애플-삼성 견제 카드로 '최적'

GooglelarrypageLenovoYang Yuanqing


설 연휴 가족끼리 오손도손은 아니고 각자 방에 흩어져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각자 생활하던 차에, 그것도 이슬비 내리는 설 전날 큰 뉴스가 하나 나왔네요. 뒹굴뒹굴 거리다가 손가락이 심심해서 몇자라도 흔적을 남겨놔 봐야겠습니다.


모처럼 시간도 탱자탱자 남다보니 무척 길어질 듯 하고 횡설수설할 듯 합니다. 전 레노버라는 회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으니 그들에 대해서는 제 영역 밖이라서 이번 글은 철저히 구글 쪽 분야만 썼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중국 Lenovo 레노버가 구글로부터 모토로라 모빌리티 사업부를 2.9 빌리언 (한화 3조원 가량)에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구글은 특허권과 R&D 부서는 매각하지 않았습니다.


2011년 8월 125억 달러에 샀다가 3년이 채 안돼 헐값에 처분한 것이죠. 전 구글이 제대로 헛발질 했다고 봅니다. 다들 구글이 챙길 거 챙겼다는데 전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저렇게 망하는 거 보고도 챙길 거 챙겼다는 진단은 “구글은 달라”라는 생각을 기조에 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이번의 매각으로 구글의 속내는 더 명확히 들어난 것 같습니다.


자기의 서비스만 지속되면 그뿐이다라는 좀 극단적인 생각 말입니다. 생태계? 글쎄요. 그들이 생각하는 생태계는 과연 무엇을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나 싶네요.


1. 구글 헛발질 탈출


이번 매각으로 구글은 HW와의 통합 전략에서 실패했습니다. 적어도 애플처럼 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라는 것이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하나의 기기를 중심으로 만들어 놓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예전 시간으로 잠시 시계추를 돌려보시죠. 어쩌면 예정된 헛발질일 수도 있었으니까요.


구글이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한 시점을 주목해 보시죠.


구글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특허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 캐나다의 통신 장비 업체 노텔이 파산 선언을 하자 그 특허권을 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당연히 구글이 특허권을 획득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잡스가 누굽니까. 자기 호주머니를 강탈해 간 친구를 그만두지 않겠다고 선언한 양반이죠. 적의 적은 친구라고. 애플은 윈도우 폰으로 죽쑤고 있던 MS와 접촉합니다. 소니와 에릭슨도 함께 합니다.


거대 연합군이 생겨난 것이죠. 구글은 이 특허를 9억 달러 정도에 사려고 했었는데 애플 연합군은 십시일반 갹출해서 45억 달러에 삽니다. 꺄약!!!! 그게 2011년 7월 경입니다. 무려 구글이 사려했던 금액의 5배나 내지른 것인데 각 사별로 혼자 덤볐다간 구글에 당했을텐데 힘을 합쳐 구글을 살포시 밟아주는데 성공합니다. 구글이 미 정부에 가서 집단 이지메 당했다고 조사해달라고 했지만 그 계약은 별 무리없이 승인되었습니다.


이로써 안드로이드 진영은 특허 공세에 내몰리게 됩니다. 구글은 두 손 놓고 있지 않고 망해가던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 달러에 삽니다. 이게 노텔도 사고 원래 모토로라 모빌리티도 사려고 했었던 계획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래리 페이지를 만나보질 않아서 못물어봤습니다.


일단 그렇다고 해도 구글이 노텔 특허를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에 샀다면 과연 모토로라 모빌리티에 저런 거금을 들였을가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모토로라 모빌리티까지 연합군에 넘거간다면 (MS가 관심이 있단 소리를 흘리기도 했죠. ) 완전 끝장인 셈이였으니 깜짝 놀라 빨리 사다보니 말도 안되는 높은 가격에 샀다고 봅니다.


특허권 이야기 나오는데 유럽 미디어에서는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보유한 특허는 2G시대의 것으로 3G, 4G시대 특허는 많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스페인 쪽 최대 통신사 고위 임원이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 가물가물하네요.


(이건 뭐 제 개인 의견이니 무시하셔도 됩니다. ^.^)


사긴 샀지만 그 속살을 들어다 보니 완전 개판이었겠죠. 우선 셋톱박스 부서를 2012년 12월 19일(현지시간) 미국의 통신장비 제조사 아리스 그룹에 23억5000만 달러(당시 환율로 2조5210억원 상당)에 넘깁니다. 20억 5천만 달러는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3억 달러는 아리스의 지분(15.7 %)으로 받았습니다. 거의 대주주급입니다.


휴대폰 사업도 적자를 계속하게 됩니다. 사람도 쳐내고 쳐내도 안됩니다. 모토로라 모빌리티의 2013년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1~9월 손실은 6억4천500만달러(약 6천900억원) 손실에 달합니다.


더 늦기 전에 잘 처분한 것 같습니다.


2. 애플과 삼성 견제는 중국이라는 시장과 중국 제조사를 통해서


이번 매각으로 구글은 중국 시장과 중국 제조사를 통해 다시 한번 애플과 삼성전자를 견제하고 싶다는 생각을 구체화 시키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했을 때 두가지 이야기가 나왔죠. 애플의 고가폰 전략을 붕괴시키고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혼자 독보적으로 돈도 벌고 구글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버린 ‘삼성전자’를 모두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었지 않을까 하는.


또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발생하고 있는 파편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안되는 시점이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운영체제의 파편화 문제보다 심각한 건은 안드로이드 제조 회사들마다 사용하는 하드웨어 센서들이 모두 제각각이라서 사용자 경험이 천차만별이었죠. 이로 인해 앱을 개발하는 개발자나 개발회사들이 엄청난 피로감과 고객 불만을 처리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구글이 LG전자나 삼성전자를 통해 넥서스라는 레퍼런스폰을 출시하면서 하드웨어 가이드를 제공하고,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통해서 자사의 서비스를 새로운 운영체제 버전에 우선 적용하면서 테스트를 진행, 많은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을 긴장시켰던 것 사실입니다. 물론 그 성과는 비록 미비했지만 말이죠.


하지만 구글이 원했던 고스펙의 저가 단말 공급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고, 소비자들에게도 이를 각인시켰습니다.


이제 지난 과거보다는 좀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요.


전 이번 전략이 IBM이 HP와 델의 PC 사업부에 고전하다가 중국 시장을 보고 레노버에 매각했던 전례와 유사해 보입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더욱 공고하게 안드로이드 천국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구글의 영향력을 극대화 하는 전략입니다.


IBM이 PC 종가라는 명성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 성장 동력인 중국 시장을 다른 경쟁사에 비해 한 두발 빠르게 선점하면서 궁극적으로 경쟁사를 무력화 시키는 수를 선택한 방식과 유사합니다.  비록 7-8년이 걸렸지만 말입니다. PC와 노트북 시장의 선두 주자였던 HP와 델은 IBM의 시장 철수로 샴페인을 터뜨렸지만 1위 왕관을 중국 레노버에 10년도 안되어 넘겨주었습니다. 괜히 비즈니스 머신이 아니죠. 중국 정부의 철저한 자국 기업 우선 정책에 따라 두 미국 회사가 중국에서는 원하는 만큼의 실적을 얻어내지 못한 것이죠.


구글은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시장 점유율도 높이고 삼성전자를 견제하고, 또 안드로이드 폰 제조사들을 고만고만하게 키워볼 전략은 가졌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도는 철저히 실패했습니다. 또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애플에게도 한방을 먹이려 했지만 이도 실패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고가폰 시장은 이미 북미, 유럽, 일본 등지에서 점차 포화상태에 다달했습니다.


그럼 구글이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시장과 제조사는 어디일까요. 당연히 시장은 중국이고 제조사도 역시 중국 업체들 뿐입니다. 애플이 7억 5천만 가입자를 보유한 전세계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대한 대로는 아니라지만 최소한 선진국 시장에서 정체되어 있는 물량 정도을 중국을 통해 채우고 있습니다. 애플이 하루 아침에 붕괴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구글은 이번 레노버에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매각하면서 중국 정부와 소원했던 관계도 일정 부분 복원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글은 중국 정부가 검열 관련해서 요청하자 이를 거부하고 외형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철수합니다. 중국 공산당이 가만히 있을 이들이 아니지요. 중국 최대 포털 업체인 바이두는 자사 고객들의 영어 검색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 '빙'을 영어 검색 할 때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급상승하는 중국 시장에서 구글은 정부와 척을 지면서 스스로 입지를 좁힌 것이죠.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안드로이드로 인해 중국의 수많은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게 됩니다. 중국 내 시장에서도 화웨어, 샤오미가 선전하고 있고, PC와 노트북 시장 정체로 고민하던 레노버도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가 탑재된 폰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주류 폰으로 제공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기에 레노버에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넘겼습니다. 유선 검색 서비스의 철수 후 중국 정부와 관계 복원이 시급한 구글 입장에서 이번 기회가 하나의 화해책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3. 구글 생태계의 결과는 어떤 모습일까.


전 오히려 이 대목이 무척 궁금합니다.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했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구글의 최근 행보는 고스펙의 제품도 저가에 출시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태블릿 시장에서도 에이수스와 협력해 아주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합니다.


이는 역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제조사들에게는 수익 악화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삼성전자처럼 초기에 시장을 선점한 후 '안드로이드'라는 걸 제품 발표회에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파트너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안드로이드 진영 넘버 2가 보이지 않습니다. 노키아를 제외하고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던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진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제조사들이였습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가 비록 소비자들에게는 고비용의 제품 사용을 강제시켰다고 볼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윈텔' 진영은 제조사의 수익도 함께 고민하면서 시장을 지탱하고 이끌어 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진영이 애플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등장, 구글의 안드로이드 지원으로 인해 급속히 붕괴되고 있지만 이들은 구글 진영에서 수익 확대가 여의치 않습니다. 이는 역으로 윈도우 8과 윈도우 폰으로 시장의 판을 바꾸지 못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부활을 내심 바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구글은 크롬북을 출시하면서 또 한번 저가 제품의 확산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건 생태계라기 보다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과 그 제조 회사들 아니면 앞으로 누구도 이 시장에서 생존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제조회사들의 마진은 계속해서 박해지지만 구글의 영향력은 그와 반대로 상승하는 구조입니다. 이게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도 득이 될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와는 별개로 크롬 OS를 밀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최근엔 HTML 5기반 웹앱 분야에도 가시적인 모습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어떤 운영체제던 상관없이 앱을 유통 시킬 수 있는 무기인 '웹 브라우저' 전쟁에서 확실한 대안 세력을 자리잡았고 이제 판을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웹 브라우저 엔진도 '블링크'라는 자체 오픈소스 엔진으로 교체해 나가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안드로이드를 포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안드로이드 기기에 자사 웹 브라우저를 기본으로 탑재시키고 점차 PC와 노트북, 심지어 맥북과 아이폰 위에도 자사의 브라우저 생태계를 확신시키는 구글은 실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를 수 있는 기업으로 훌쩍 커버렸습니다.


4. 고위공무원들과 정치권의 호들갑은 또 어찌 봐야 하나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샀을 때 한국 정부 고위 관료들부터 종이와 온라인 주류 미디어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삼성이 망하게 되었고 그러면 대한민국이 망하게 된다는 단순 논리 때문이였죠. 물론 저는 구글이 결코 하드웨어 사업에 나서지는 않을 거라고 이야기 하다가 헛소리 씨부렸다고 조롱도 받았죠. 뭐 세상일 어찌 알겠습니다. 변방 중의 변방에 살면서 또 비주류 중 비주류 미디어에서 일했던 사람이 말이죠. 그런데 결과적으로 제 진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습니다. ㅋㅋ


어쩌면 그들의 말대로 삼성전자도 이제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가 예전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정말 LG전자와 팬택이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 LG전자는 더욱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확실한 3위가 되지도 못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우산아래 중국 제조사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1위 삼성전자가 휘청하는 것 못지 않게 어정쩡한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더욱 더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연초부터 호들갑 떨 고위공무원들과 청와대, 미디어들의 모습이 상상이 되니 머리가 아파오네요. 레노바가 IBM x86  서버 사업부 인수한다고 했더니 벌써부터 금융권 보안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가 등장했습니다. 미국 기업은 괜찮고 중국 기업은 안된다는 생각들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오히려 세계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어찌 맺어 나가면서 생존할 지 생각하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요.


이번 인수건이 나오기 전 삼성전자와 구글이 상호 특허권을 사용하기로 약속하다면서 오래갈 친구라도 대대적으로 떠들던 진단은 정말 웃기게 되었습니다. 구글이 뭐 삼성전자하고만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으니까요.


5. 레노버는?


레노버에 대해서는 전 잘 모릅니다. PC와 노트북 분야를 취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 IBM x86 서버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다시 한번 중국 내 공공 기관이나 기업 시장에서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무기를 확보했다는 정도는 알겠습니다. 대만 업체들의 공습과 미국 서버 업체들과의 힘겨루기에서 일단 IBM x86 서버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오히려 델과 HP의 공세를 '정치적'으로 확실히 물리칠 수 있게 된 듯 보입니다.


또 화웨이와 샤오미 같은 중국 내 스마트폰 강자들과도 제대로 한판 붙어 볼 수 있는 여지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모토로라 모빌리티의 1% 시장 점유율도 안되는 제품가지고 레노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상승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이 있지만 고전했다면 또 모를까 연구개발 조직과 특허는 고스란히 구글에 남겨놓고 빈 껍데기들만 산 것 같거든요. 물론 모토로라 모빌리티라는 이름값을 산 것은 의미가 있겠지만 말이지요. 그게 필요했다면 뭐 달리 할 말은 없습니다.


주력 분야가 아니라서 정말 횡설수설했네요. 이제 설 음식하러 가야겠습니다. 그럼 2월에 새로운 모습으로 새롭게 찾아뵐게요. 다들 설 잘 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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