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박사의 법수다] 인공지능 법제연구의 필요성

최근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대국이 화제다. 과연 컴퓨터가 사람의 직관력과 판단력을 넘어설 수 있을지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됐다. 현재까지 이세돌 9단은 3연패 뒤 13일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알파고에게 180수 만에 불계승을 따내 첫 승을 거뒀다.

알파고는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무작위 시뮬레이션) 기술과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딥러닝이란, 사람과 같이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사람의 신경세포 기능을 모방한 여러 개의 인공신경망을 활용해 스스로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계학습법이다.

여러분들도 기분이 좋죠라고 묻는 거 같다. ^.^
여러분들도 기분이 좋죠라고 묻는 거 같다. ^.^


사실 인공지능의 활용영역은 바둑뿐만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바둑의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깝다고 하니 바둑을 정교하게 둘 정도라면 목표와 일정한 조건을 설정하여 대부분의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할 수 있다. 예컨대, 일기예보, 헬스케어, 금융투자, 자율주행자동차 등 빅데이터 기술과 결합해 인공지능은 사람에게 엄청난 혜택을 안겨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류가 그동안 이룩해 놓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조심스런 예측도 가능하다.

다소 소설 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노동의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단순․반복업무를 기계가 대신한다는 관념에서 이제는 인문․사회적 업무나 고도 기술업무도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수많은 법원 판례를 학습하여 소송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변호사나 방대한 의학정보를 학습한 인공지능 의사가 탄생할 수 있다. 기업은 인공지능의 도입이 비용대비 효과 면에서 사람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직원 채용을 줄이는 대신 인공지능을 도입할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직업을 얻기 위해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하며 만일 경쟁에 실패하게 되면 노동시장에서 낙오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이 쉬지 않고 일한 덕택에 풍족한 재화가 생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회에서도 “사회 전체는 풍족하지만, 개인은 가난한 사회”가 발생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소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불평등 문제가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이고, 이 때문에 ‘분배의 문제’가 핵심을 이루는 사회․경제 구조로 변화될 수 있다.

정치구조도 마찬가지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는 간접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지만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을 사실상 국민 스스로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국회와 같은 대의기관을 만들어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인공지능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다수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결정하고 입법할 수 있다면 현재의 대의기관에 대한 비효율성과 무용론이 제기될 수 있다. 어쩌면 먼 미래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우수한 인공지능 선거로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

궁극적으로 인공지능기술이 고도로 발전하여 자아를 지닌 인공지능인 강인공지능(Strong AI)이 출현하게 되면, 인공지능과 사람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져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사람은 뇌를 포함한 신체라는 하드웨어에 정신작용이라는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진 고등 시스템이라고 단순화할 경우 사람과 인공지능은 기능면에서 큰 차이가 없고 단지 생물학적 차이만 존재하게 된다.

실제로 근대의 법제는 사람의 ‘자유의지’를 전제로 구축되었다. 예를 들어 고의로 사람을 살해한 자를 과실로 살해한 자보다 엄중히 처벌하는 것은 사람을 살해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자신의 자유의지로 살인을 결행했기 때문에 그 책임이 무겁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뇌신경학자들은 뇌라는 물리적 실체가 마음을 결정하는 것이며, 뇌는 물리적 규칙에 의해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의지’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과 연구가 뜨겁다. 반면 이에 대한 법제도 연구는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기껏해야 미국의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2년 단편소설에서 제안한 ‘로봇공학의 삼원칙(Three Laws of Robotics)’을 인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사람에게 제공할 엄청난 편익만을 즐겁게 바라보기에는 향후 다가올 인공지능사회의 변화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인공지능의 기준, 활용범위와 제한분야, 인공지능 오작동에 따른 책임 문제 등의 법적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나아가 이러한 연구는 인공지능에 대한 지나친 비관론이나 낙관론이 아닌,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라는 관점에서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강철하 한국IT법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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