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박사의 법수다] 홀로그램 집회, 집시법 처벌대상?

<깡박사의 법(法)수다>

2월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이른바 ‘홀로그램(hologram) 집회’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주관한 것으로 가로 10미터, 세로 3미터의 투명 스크린 위에 3차원(3D) 영상을 투사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내용의 집회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4월 11일 정부 건물 주변에서 허락 없이 시위 또는 집회를 하지 못하도록 한 '시민안전법(Citizens Safety Law)'을 반대하기 위해 스페인 의회 앞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홀로그램 집회' 이후 세계 두 번째 홀로그램 집회에 해당한다.

ⓒAmnesty International Korea


ⓒAmnesty International Korea


이처럼 세계 두 번째, 아시아 첫 번째 ‘홀로그램 집회’가 광화문에서 개최된 후 논란이 일자 벌써부터 경찰은 '소음기준', '구호 제창' 등의 기준을 통해 홀로그램 집회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로 처벌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만일 홀로그램 집회를 집시법의 집회 또는 시위로 볼 수 있다면, 경찰은 사안에 따라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하다”거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금지할 수 있으며, 또한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라면 미신고 옥외집회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홀로그램 집회를 집시법의 집회와 시위로 볼 수 있을까?

현행 집시법에서는 ‘옥외집회’에 대한 정의 규정 외에 ‘집회’에 대한 개념정의가 없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2도11518 판결)”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시위’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威力) 또는 기세(氣勢)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制壓)을 가하는 행위”로 집시법에 명시돼 있다.

결국, 집시법이나 대법원 판례에 의할 경우, 집회와 시위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이 집회와 시위가 진행되는 ‘특정 시간대’와 ‘특정 장소’에 모여야 한다. 그런데 홀로그램 집회의 경우에는 집회 시점 이전에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촬영했던 영상을 집회와 시위가 진행되는 특정 시간대와 특정 장소에서 스크린을 통해 현출한 것일 뿐, 실제 사람이 모인 것은 아니다.

물론 시각적으로 사람들이 모인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 자체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영상’일 뿐이며, 행진 영상도 다수의 사람들이 도로를 행진한 것이 아니라 고정된 스크린을 통해 행진 영상을 보여 준 것에 불과하다.

형사법에서는 사례가 유사하더라도 법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해석하면 ‘금지되는 유추해석’이라 하여 허용되지 않는다(유추해석 금지의 원칙).

따라서 ‘사람’이 집회와 시위가 진행되는 특정 시간대와 특정 장소에 모인 것이 아니라 ‘사람을 촬영한 영상’만이 있을 경우에 이를 두고 ‘사람이 모인 것’이라고 해석하게 되면, 법률 문언의 의미를 벗어난 유추해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홀로그램 집회는 ‘집회 자체’가 아니라 마치 집회 현장에서 사용되는 피켓이나 확성기와 같은 ‘집회의 도구’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광장에 피켓이나 확성기만 놓여 있을 뿐 사람이 없는 경우에 이를 두고 집회와 시위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런 이유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지난 24일 광화문 홀로그램 집회는 '집회'가 아니라 '문화제'로 진행됐다.

물론, 홀로그램 영상이 지나쳐 운전자 시야에 영향을 미치고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도로교통법 등의 교통방해 행위로 제재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집시법상의 제재 대상으로 보기에는 부적절해 보인다.

모든 국민은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또한 국가는 공익 목적을 위해 법률로써 명확히 제한된 경우가 아닌 한,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현재 ‘홀로그램 집회’에 대한 명시적 제한 규정이 없고, 이 또한 국민의 의사표현 방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홀로그램 집회’에 대한 성급한 규제 논의보다는 ‘홀로그램 집회’의 정치적․문화적․사회적 의미를 고려해 건전한 의사표현 방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서로의 지혜를 모을 때다.

<강철하 한국IT법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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