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을 칭찬하지 않는다, 누구 아이디어냐 묻지 않는다
'배민다움'에 비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책 제목 처럼 배달의 민족 다운 회사 문화를 만드는 것이 궁극의 목표다. 문화가 만들어지면 성공은 자연스럽게 뛰따르게 마련이다.
배민 다움은 B급 정서를 상징하는 브랜드 이미지로 푸드테크 분야에서 녹여내 과거에 없던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브랜드에 대한 김봉진 대표의 의지가 책 전반에 걸쳐 강하게 읽힌다.
그동안 배달의 민족 카피가 참 재미있다 생각해왔었는데, 이것들도 모두 브랜드 전략안에 포함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페르소나를 담은 브랜드 전략을 추구하기는 만만치 않을 일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회사 밖에서나 안에서나 배달의 민족이 공개적인 B급 주의를 추구하는 것을 보면 김봉진 대표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김봉진 대표와는 안면이 없다.
책에 비친 모습만 보면 배민 다움에 걸맞는 조직 운영에 대해 나름의 소신이 강한 성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타트업에 대한 고정관념과는 거리가 있는, 어떤 측면에선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는 면도 있다. 자유로움과 엄격함의 균형을 추구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성향 같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와 김봉진 대표 간 인터뷰집인 배민다움에서 읽은 인상적인 내용 몇개를 공유한다.
우선 실패에 대한 이야기다.
김봉진 대표는 배달의 민족의 겪었던 다양한 실패 사례를 언급하면서 실패를 무릅쓰더라도 이것저것 실험할 수 있는 것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한다.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하다 보면 배민의 잘된 부분만 많이 물어봐요. 하지만 저는 실패 사례도 이야기하려 해요. 사실은 저희가 일본 사업에서 좀 안됐어요. 일본에서 라인이랑 합작해서 라인 와우라고 배민라이더스처럼 배달이 안되는 레스토랑 음식을 대신해주는 배달서비스였어요. 우리 구성원들도 많이 실패로 끝났죠."
시장과 소비자에 대해 모르고 처음부터 너무 세게 난 것이 실패를 부른 원인이었다.
일단 저희가 시장과 소비자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에는 편의점이 정말 잘되어 있잖아요. 젊은 친구들이 점심을 주문하기 보다 편의점에 가저 도시락을 사먹으며, 식사를 가볍게 해결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간과한거 같아요. 사실 편의점이라는게 경쟁자가 있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성장도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희의 가장 큰 패착은 처음부터 너무 많은 인력을 투입한 것입니다. 잘될 거라고 쉽게 생각했었으니까요.
양쪽에서 다 확신에 차서 너무 많은 자원을 투입했습니다. 저희도 라인도 처음에는 실적을 따지지 않기로 약속했느데, 인력을 많이 투입하고 나니까 자꾸 실적을 거론하게 되더라고요. 우리쪽에서도 거의 10명 이상이 들어갔어요. 초기 모델인데도 그쪽에서도 그만큼 들어왔고요. 그러니까 자꾸 실적 이야기가 나올수 밖에요. 출자한 자본금이나 투여된 리소스가 자꾸 생각나고, 1년이 지나도 성과가 약하니 힘들었죠. 그래도 저는 장기적으로 갈수 있을 거라고 생객했는데, 실적 평가를 견뎌내기가 힘들었어요."
이외에도 실패 사례들은 많다. 기업 대상 법인 결제 모델, 캠퍼스밥, 푸드박스 등이 김봉진 대표의 입을 통해 배달의 민족이 겪은 실패담으로 등장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했을까 싶은 실패담도 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스포츠 중계 서비스가 있었어요. 저희가 판도라 TV와 함께 야구, TV,, 프로야구를 보여주는 서비스, 스포츠 생중계 하는 서비스를 만들었죠.. 그것도 광고비를 받는데 실패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왜 했을까 싶기도 한데요. 그때는 야구 보다는 사람들이 치맥을 먹으니까 중간중간에 광고를 넣어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햇어요 하지만 실패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계속 실험하는게 중요하다고 믿어요. 타석에 계속 올라가서 스윙을 해야 안타고 나오고 홈런도 나오고 번트라도 나오니까요."
앞서 언급했지만 김봉진 대표는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책에서 계속해서 강조한다. 회사 이름이 없어도 디자인만 보면 이거 배민이구나하는 느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한국 포털 시장을 틀어쥐었던 다음이 네이버에 역전 당한 것도 브랜드와 관련 있다는 것이 김 대표 생각이다.
"관점에 따라 다를수 있겠지만 네이버와 다음의 결정적 차이는 브랜드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요. 네이버는 검색창을 브랜드화했지만 다음은 네이버만큼 검색이라는 이미지를 브랜드화하지 못했던거라고 봐요. 또한 현대카드도 네이버도 브랜딩에서 디자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봐요."
조직 운영 측면에서 개인의 성과보다는 조직 차원의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에 대한 이익이나 보상 대신 이 프로젝트를 잘해내자라는 목표를 세우고 회의를 하면 각자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정해져요. 저희가 구조적으로 직속 상급자에 대한 인사 고과나 인센티브제를 취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저는 개인을 칭찬하지 않아요. 좋은 아이디거가 나와도 이거 누구 아이디어야?라고 묻지 않아요. 대부분의 조직에에선 이거 누가 했어?하면서 반드시 1명을 찾아내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을 본보기로 치켜세워주죠. 사실 팀들끼리 작업하면서 다 함께 주고받은 내용에서 나온 건데도요. 그렇게 되는 순간 더 이상 남을 돕지 않아요. 어시스트는 사라지고, 스트라이커는 자기가 잘나서 골을 넣을 줄 아는거죠. 조직적으로 그런 문화를 피하려고 해요."
김봉진 대표는 배달의 민족이 하는 비즈니스 분야를 푸드 커머스를 주도하는 푸드테크로 규정한다.
내공 있는 개발자들이 계속 영입하는 것도 기술을 바탕으로 음식과 관련한 새로운 서비스 경험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물론 푸드테크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이라는 시장 규모안에서 얼마나 의미있는 비즈니스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배달의 민족이 한국을 넘어선 사업을 할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예측불허다.
그럼에도 배민 다운 브랜드 전략으로 사용자들의 생각을 점유하려는 김봉진 대표의 의지는 꽤 커 보인다. 그가 과연 나이키나 애플같은 고유의 페르소나를 배달의 민족에 담아낼 수 있을까?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참, 다음에 혹시라도 김봉진 대표를 만나게 된다면 묻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다.
부동산 앱 직방은 주특기인 원룸과 투룸을 넘어 아파드 정보 제공으로 영역을 확대했는데, 이와 관련한 브랜드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직방은 원룸, 투룸 색깔이 강해서 아파트와는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봉진 대표는 어떻게 대답할까? 답은 이미 책에 있는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