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OS‧생산성 SW 무료…MS는 사면초가

이번엔 무료 전략이다.


애플이 핵심 소프트웨어(SW)를 무료로 제공한다. 애플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여바부에나센터에서 22일(현지시간) 열린 아이패드와 맥북 신제품 행사에서 허를 찌르는 '신의 한수'로 이 카드를 꺼냈다.


애플은 사진 편집 프로그램 아이포토와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아이무비, 음악 제작 프로그램 개러지 밴드 등의 아이라이프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 경쟁 제품인 페이지, 넘버스, 키노트 등의 아이웍스를 무료로 내놨다. 그동안 각각 19.99달러에 판매되던 유료 앱들이었다. 또 소정의 비용을 내면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던 매킨토시 운영체제 전략을 OSX '매버릭스'부터 무료로 바꿨다. 매킨토시나 맥북 시리즈 사용자들은 이제 OS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운영체제 사용자들이 25만원 가량 내야 새로운 OS를 사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회심의 카운터펀치를 날린 셈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OS X에는 사파리, 메일, 연락처, 캘린더, 지도 등 애플의 태블릿 운영체제인 iOS와 동일한 앱과 기능이 상당히 많아졌다는 부분이다. 특히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맥에 있는 앱과 iOS 기기의 앱이 서로 연동된다. 그동안 파일 변환이 필요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번거로움도 없애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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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와 맥 OS X 간의 연동 혹은 통합은 애플의 전략에서 상당히 중요한 전략으로 보인다. 가장 큰 부분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들을 맥 PC나 노트북으로 자연스럽게 이끄는 부분이다. 국내의 경우가 아주 좋은 예다. 그동안 전세계 많은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가 설치된 PC와 노트북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개발자들이 앱 개발을 위해 애플의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을 구매했다. 또 아이패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애플이 인텔 칩을 사용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도 맥에 설치 가능토록 함으로써 기존 윈도우 사용자들도 무리없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애플 하드웨어 판매로 이어져 왔다. 개발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경험하고 애플의 매킨토시나 맥북 시리지를 구매해 왔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PC 시장의 침체 속에서 애플만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토록 한 이유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점점 시장과 고객을 잃을 일만 남아있다는 말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생태계 전반에 걸친 문제로 마이크로소프트 기반 HW 업체들의 미래도 불투명해져 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작동되는 iOS 7과 매킨토시와 맥북 프로, 맥북 에어 등에서 구동되던 OS X '매버릭스'간에 좀더 긴밀한 통합으로 인해 윈도우 노트북이나 PC를 사용하지만 자신의 손에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들려 있는 소비자들은 좀더 손쉽게 매킨토시와 맥북 시리즈를 사용할 수 있다. 두 진영의 경계를 클라우드를 통해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통합해 가는 전략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단행했지만 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윈도우 8 전략이나 윈도우폰 OS와 통합이 매끄럽지 않은 상황에서 강력한 기능을 애플이 제공하고 있다. 거기에 OS 업그레이드는 무료라는 점은 이런 장점을 극대화하는 '화룡점정'이다.


매번 업그레이드에 수십만원을 내야 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완벽한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전략이다. 혼자서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단행하는 애플만의 이점이 이번에 고스란히 나왔다.


음악과 사진 편집 툴을 비롯해 생산성 소프트웨어인 아이웍스 시리즈를 무료로 푼 것은 다분히 구글의 전략을 따라한 것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구글은 구글 닥스 무료를 통해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시장을 정조준해 왔다. 메일과 일정공유, 문서 작성 등 구글 앱스와 구글 닥스를 통해 개인 시장에서 '무료'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세워 어떤 기기에 상관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차별화를 단행해 왔다. 이 시장에서 애플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구글의 무료 전략을 애플이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OS와 생산성 소프트웨어, 거기에 가장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사진, 음악, 동영상 소프트웨어가 무료로 제공된다.


아이웍스는 윈도우 환경에서도 가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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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중앙처리장치(CPU), 운영체제(OS)를 독자적으로 만들어가면서 그 위에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제공해 가고 있다. ARM이 제공하는 ARMv8 아키텍쳐를 지원하는 첫 모바일 64비트 AP도 제공하면서 데스크톱과 노트북과 아이폰/아이패드로 분리되었던 모바일 기기간 앱들의 통합도 서서히 그러면서 착착 진행해 가고 있다. 운영체제를 빠르게 통합해 가기보다는 우선 사용자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와 앱들을 자연스럽게 맥 OS X가 설치된 매킨토시와 맥북 프로, 맥북에어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고의 성능을 내야 하는 데스크톱과 노트북 사용자들의 요구를 메우면서 자연스럽게 '경험'을 통합시키는 전략을 묵묵히 펴고 있다.


윈도우 8로 PC와 태블릿을 엮고 윈도우폰 8로 모바일 기기에 대응하려했지만 쉽지 않은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최근 PC와 노트북 시장에서도 그 위세가 예전같지 않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치명타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운영체제가 설치된 PC와 노트북 시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오직 애플만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거기에 모바일 영역에서도 애플은 확고한 지지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애플 전략이 치명타를 남길 것은 자명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구글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대신 크롬OS를 통해 노트북과 PC 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만 여전히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는데는 실패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기기에만 통하는 운영체제가 아니다. 임베디드 시장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구글이 크롬OS를 탑재한 노트북들을 내놓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HW 파트너들과도 긴밀히 협력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이렇다할 성과는 나오고 있지 않다. 오히려 넥서스 7과 10 등 독자적인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에이수스를 통해 시장에 제공하면서 기존 안드로이드 HW 진영과 미묘한 관계에 휩싸여 있다. 하드웨어 파트너들을 달래면서 동시에 자신들이 원하는 판을 짜려는 구글의 행보도 '애플'의 통합 전략 앞에서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기대된다.


구글이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야후의 거센 추격을 아주 손쉽게 물리쳤지만 애플이 지도나 음성 인식, 클라우드와 무료 생산성 소프트웨어를 통해 조금씩 개인 사용자들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구글 천하인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어쩌면 애플이 그 대항마가 될지 모르는 상황도 그려볼 수 있다.


애플이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아니였기에 지도나 음성 인식, 아이클라우드 같은 서비스에서 강력한 '한방'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하드웨어' 회사에서 내놓은 서비스로는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64비트로 대변되는 새로운 CPU, 거기에 점점 통합되어 가는 운영체제, 그 기반에서 서로 매끄러게 연동되는 앱과 서비스. 혁신이 부재하다고 애플의 미래를 걱정할 시간에 자신들이 본 사업을 걱정해야 될 상황이 경쟁자들에게 더욱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는 신제품 발표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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