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컨퍼런스 '슬러시(Slush)' 가다!…자율이 키운 스타트업 생태계

<최형욱 테크수다 필자>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스타트업 컨퍼런스 중 하나인 슬러시(Slush)가 11월 30일에서 12월 1일까지 이틀에 걸쳐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렸다. 올해가 9회째 열리는 행사로 2,200여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1,000여개 이상의 투자자, 그리고 일반 관람객까지 해마다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슬러시(Slush)와 생태계

더구나 올해는 100개의 사전 심사된 스타트업들이 서로간의 피칭을 겨루는 스타트업 100 피칭 스테이지에 결선에 한국의 2개 스타트업인 샌드 버드와 스케치 온이 포함되기도 했다. 결선엔 4개의 스타트업이 올랐다. 올해는 한국관을 따로 마련해 30여개가 넘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자신들만의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선보이는 자리가 되었다.



사실 슬러시(Slush)는 단순히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 총 4개의 스테이지에선 창업가 정신, 기업 운영의 노하우, 투자 방법, 최신 기술 트랜드 등 다양한 부분의 세미나와 포럼이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최근 이슈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공감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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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리를 통해 참석한 스타트업 담당자들에게 좀 더 폭넓은 시야와 네트워킹, 그리고 자신들의 사업에 대한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물론, 투자자간의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자신의 분야 뿐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를 듣고 보고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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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슬러시(Slush)는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스타트 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부분이다. 더구나 스타트 업의 정신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어쩌면 지금의 생태계가 더 튼튼하게 커가고 있는걸 지도 모르겠다. 슬러시(Slush)의 시작을 보면 정부나 벤처캐피탈(VC)과 같은 관이나 투자자의 힘이나 지원보다는 창업자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행사가 그 시작이었다.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알토(AALTO)대학의 창업동아리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진행한 행사가 규모가 커지면서 지금의 슬러시(Slush)라는 거대 글로벌 행사로 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역시 정부나 투자자의 지원없이 순순하게 슬러시(Slush) 조직 위원회와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 지원을 통해 행사가 개최되고 진행되고 있다.

노키아의 후예들

슬러시(Slush)에서 혹은 핀란드에 있는 스타트 업과 만나보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단어는 바로 노키아다. 한국에는 삼성 휴대폰의 경쟁 업체이자 이미 몰락한 회사로 인식되는 회사가 핀란드에선 아직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아니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오히려 노키아 왕국이었던 과거보다 더 많은 다양성을 가지고 스타트 업 생태계 곳곳에 침투해 들어가 있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노키아의 기술력이나 DNA가 강력한 창업 생태계와 스타트 업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게 한 토양을 제공했다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미 이런 노키아의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나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스타트 업들은 한 두곳이 아니다. 노키아가 잘했던 네트워크나 통신 관련 분야에서부터 리눅스 기반의 OS와 관련된 플랫폼 사업, 그리고 웨어러블과 같은 디바이스와 서비스가 결합되는 부분들 까지 다양한 스타트 업들이 계속해서 만들어 지고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마켓으로 계속 나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엔 디지털 헬쓰 케어나 MaaS(Mobility as a Service), Connected Car 분야와 같은 부분에 숨은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그저 도울 뿐

여기서 사실 가장 궁금해 할 만한 부분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창조경제라는 이름 아래 전국 주요 지역에 스타트 업을 지원하는 지원처를 두고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 또한 몇몇 업체를 제외하곤 대부분 정부관련 조직이나 창조 혁신 센터를 중심으로 지원이 이루어 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핀란드의 상황은 좀 다르다. 정부의 역할은 단지 지원과 협력에만 집중되어 있다. 한마디로 인위적인 스타트 업 생태계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와는 다른 부분이라고 할 것이다.

핀란드에는 여러 개의 스타트 업 액셀러레이터들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액셀러레이터 들은 스타트 업들에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장소와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액셀러레이터들을 위해 폐병원이나 폐공장과 같은 못쓰는 건물을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고 건물의 리노베이션을 지원한다. 말그대로 가장 돈이 적게 들지만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액셀러레이터들 역시 이익을 위한 운영이 아닌 스타트 업과의 협력과 상생을 위한 운영에 주력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수익을 건물의 환경 개선 등에 재투자함으로써 많은 스타트업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창업을 하고 회사를 일으킬 수 있도록 돋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또 하나의 역할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것이다. 전체 인구 500만밖에 안되는 핀란드의 입장에선 내수보다는 글로벌 진출만이 살 길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진출을 위해 “Team Finland”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이 조직에는 스타트 업의 기술 금융 지원을 위한 “Tekes”라는 조직과 글로벌 진출을 직접적으로 돕는 “FINPRO”가 Team Finland에 속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을 통해 각 국가별 사업 기회(Business Opportunity)를 파악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하고 있다.





경쟁보다 협력이 상생의 길이다

핀란드는 한국과 유사하게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아온 나라이다. 바로 인접국이 바로 스웨덴과 러시아로 2017년이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핀란드는 이런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내부의 경쟁보다는 협력이 자신들이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협력은 지금의 스타트 업 생태계에 너무도 잘 들어맞고 있다. 특히나 나 혼자 잘 살겠다는 마음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다시 나누고 이것이 다시 새로운 씨드(Seed)가 되어 새로운 스타트 업을 지원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지금의 슬러시(Slush)를 만들어 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이제 슬러시(Slush)는 핀란드만의 행사가 아니라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그리고 싱가폴에서도 열리는 스타트 업과 투자자들의 축제가 되고 있다. 어쩌면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 3개국은 스타트 업 창업과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분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는 오래전부터 창업이라는 부분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 할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부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창업, 그리고 한국의 투자자들이나 성공한 스타트 업들의 지원이 없는 그저 허공의 메아리처럼 들이는 대학생들에 대한 창업 강요는 어쩌면 지금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기성 세대의 면피라고 밖엔 보여지지 않는다.

좋은 스타트 업이 많이 나오려면 그 만큼 많은 지원이 필요하고 이런 지원이 지속되기 위해선 결국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필요하다. 자신의 실패한 경험이나 성공의 노하우, 직접적인 기술 지원이나 다양한 금융 지원 역시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 업에겐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되는 것이다. 지금도 이런 아이디어가 사업이 될지 스타트 업을 하려면 뭐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스타트 업을 운영하고 있어도 필요한 개발자 확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금 조달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들의 제품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많은 고민을 하지만 그 방법을 모르는 한국의 스타트 업과 앞으로 창업을 하면 정말 공무원보다 좋은 거구나 라고 인식을 갖게 할 대학생 및 예비 창업자들을 위해 자발적이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빨리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좋은 스타트 업이 없으니 투자할 곳이 없다라는 답보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토대로 투자가 가능한 좋은 스타트 업으로 만드는 것이 지금의 스타트 업 생태계가 만들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핀란드를 바라보며 자꾸 밀려온다. <테크수다 Techs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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