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 최문기 장관에 공개질의…"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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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10월 7일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미래창조과학부 기자실에서 'SW 혁신전략' 관련 브리핑을 했다.[/caption]

OKJSP 개발자들이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공개질의서를 공개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인력 22만 대군 양병계획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부(http://www.msip.go.kr/index.do)는  지난 10월 9일 '소프트웨어(SW), 창조경제 실현도구로 키운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인력과 시장, 생태계 관련한 'SW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인력 부문과 관련된 정부 안은 아래와 같다.



◆ 인력: 민·관공동 인력양성 및 현장중심형 교육강화


초중등 - 대학(원) - 재직자 등 전주기적 프로그램 마련


- 대학 복수전공 지원(’17년까지 14개大), SW 전공인력 장학금 지급(’15년 1천3백명), SW분야 대학연구센터 확대(’17년까지 50개大) 등으로 SW인력 추가공급(10만명)


- SW마이스터高 지정, 중소기업 재직 SW개발자 재교육 바우처(‘17년까지 1만명), 대학 교과과정의 기업맞춤형 개편 등 현장중심형 인력교육(25만명)


- 온라인/TV 교육, 창의캠프 등으로 SW 저변확대(100만명)


2017년까지 SW 관련 전문인력 신규수요(22만명)에 비해 SW전공 대졸자 등 신규공급(14만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문기관의 예측과 기업들의 수요조사에 따라, 민관이 협력하여 2017년까지 신규 SW인력 10만명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정부 3만, 민간 7만).



이와 관련해 OKJSP 노상범 공동대표는 테크수다와 통화에서 "10여년 정도 정보통신 분야에 고급 인력들이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에 대한 고민없이 개발자 숫자 채우기에만 급급한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SW 관련 생태계가 죽어 있는 상황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에 장관님이 귀를 기울여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공개질의서를 작성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역대 정부에서 다양한 SW 정책이 마련되었지만 큰 성과를 낸 적은 거의 없다. 특히 인력 양성 분야는 재탕, 삼탕 수준으로 육성 정책 마련 때마다 욹어먹는 내용이다. 정부는 100여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를 청취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실제 시장에서는 동떨어진 대책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SW 혁신 전략에 대해 정작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시장의 목소리에 장관이 귀 좀 기울여달라는 상황이다.



소프트웨어 인력 22만 대군 양병계획'에 대해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님께 드리는 공개질의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님께 질문 드립니다.


OKJSP는 대한민국 최대 소프트웨어 개발자 커뮤니티 중 하나로서, 지난 10여 년간 IT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해오고 있습니다.


대부분 소프트웨어개발 분야 현업에 종사하는 저희 커뮤니티 회원들은, 소프트웨어 컨텐트를 핵심 산업분야로 육성해서 국민행복경제 구현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장관님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며, 머지않아 이러한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장관님께서는 이른바 '소프트웨어 인력 22만 대군 양병 계획'으로 불리는 대규모 인력 양성 계획에 대해 설명하신 바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우수한 개발자가 필요하고, 현재 우리나라에는 외국에 비해 그런 뛰어난 인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장관님과 인식을 같이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저희 현업개발자들은 장관님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장관님께서는 우수 인력부족으로 인한 기업들의 수익 악화와 이에 따른 재투자 부족을 문제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계신 듯 합니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원인과 현상을 뒤바꿔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오해입니다.


우선,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가 부족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정부지원 IT 취업과정을 통해 인력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이를 지경으로 많은 신규 개발자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정말로 부족한 것은 절대적인 개발자의 수가 아니라 국제 수준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행복경제 구현에 도움을 줄 핵심역량을 지닌 우수 개발 인력입니다.


우리나라에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재가 많지 않은 이유는 우수한 인력이 개발자가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내에서 개발자로 일하기 위해선 기술적으로 우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국무회의 보고 자료에도 일부 언급된 내용입니다만, 현재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는 이른바 'SI'(System Integration)로 불리는 외주용역 개발에 기형적으로 치중되어 있습니다. 또한 SI 분야 역시, 과도한 하도급 구조와 산출물의 품질이나 사용기술의 난이도에 대한 고려 없이 개발기간과 인건비를 중심으로 비용을 책정하는 관행 등의 문제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즉, 현재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의 절대적 비중은 기본적으로 내수 산업인 외주용역 개발에 치중되어 있고, 외주 용역 개발 분야의 부가 가치는 거의 전적으로 하도급 과정에서 프로젝트를 비싸게 수주해서 짧은 기간에 값싼 인력으로 이를 수행하는 시세차익을 얻는 방식으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력중개업체들 입장에서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개발자를 원하지 않습니다. 기술력이 아닌 단가 차익으로 모든 이익이 발생하는 한, 그들이 원하는 것은 같은 스펙에 가장 싼 값에 계약할 수 있는 개발자일 뿐이고, 바로 그러한 개발자를 대량으로 싸게 공급하는 일이 이제까지 '소프트웨어 인력 육성'이라는 명목하에 정부에서 맡아오던 역할이었습니다.


미래의 빌 게이츠(Bill Gates), 리누스 토발스(Linus Torvalds)가 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만한 잠재력이 있는 개발자도, 누구나 6개월 국비 지원 교육과정만 이수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에 적성에도 맞지 않는 소프트웨어 분야에 뛰어든 문과 졸업생도, 학력과 경력만 비슷하면 능력과 무관하게 같은 등급으로 평가받는 환경에서 기술 재교육이나 수능 선택 과목 채택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또한, 기본적으로 내수산업인 외주 용역 개발 중심의 현재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 구조를 바꾸지 않고 어떻게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지향적 성장동력을 이끌어 낼 수가 있습니까?


물론, 장관님께서도 기형적으로 외주 용역 개발에 치중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환경을 개혁하고자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신 것으로 믿습니다. 아마도 미래창조과학부의 국무회의 보고 내용에서 언급된, 다양한 국산 소프트웨어 지원 정책이나 전략 추진 사업들은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는 기본적으로 집단지성과 창발성의 시대이고, 현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 또한 정부 주도의 인위적 시장 육성을 골자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윈도우(Windows)도 리눅스(Linux)도, 아이폰(iPhone)도 안드로이드(Android)도 미국 정부가 주도한 사업의 결과물이 아니며, 빌 게이츠나 리누스 토발스 또한 국가 지원 IT취업 과정을 수료해서 개발에 입문하지 않았습니다. 일각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은 대규모 해커부대를 양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무도 이를 근거로 북한을 IT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22만 소프트웨어 인력 양병 계획'으로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도 되는 것일까요?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아파치(Apache)' 그룹의 정식 프로젝트 중 유일한 대한민국 개발자들의 성과물인 '네티(Netty)'와 '타조(Tajo)'는 비상업적 오픈 소스 활동을 통해 탄생했지만, 2000년대부터 정권마다 경쟁적으로 추진한 소프트웨어 관련 지원 사업의 많은 결과물은 관공서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되거나 보고서만을 남기고 사장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개발자들이 전 세계 개발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실력을 갖추기 힘든 것은 정부 지원 교육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시장 구조가 기술력에 대해 보상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만한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경쟁하는 외국 제품이 외국 정부의 지원을 받기 때문이 아니라,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기술보다는 영업력을 보유한 인력 중개업체들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개발자들이 대규모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계획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이른바 '밥그릇'을 지키기 위함이 아닙니다. 다만, 오랜 기간 산업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왜곡된 시장 구조에 대한 근본적 문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은 무리한 인력 공급은 잘못된 관행을 고착시키는 부작용을 불러올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프트웨어 업계의 선배 개발자로서 이제 막 개발자로서 첫 걸음을 내딛는 후배들에게 행여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지금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노파심 때문입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비전공자에게도 개발자가 될 수 있는 문호를 열어주는 일은 저희 선배 개발자들의 입장에서도 반대할만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관님께서 이 글을 읽고 계실 이 시각에도 수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소모적인 환경에서 매일 같이 수당없는 밤샘과 주말근무를 강요당하며 의욕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정말 뛰어난 개발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다른 개발자들은 '모든 개발자의 종착지는 치킨집 사장'이라는 자조적인 농담을 주고받으며 조기 은퇴나 이직을 꿈꾸는 것이 현업 개발자의 눈으로 냉정하게 바라본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주소입니다.


장관님. 장관님께서는 이렇듯 암울한 현실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버린 고급 인력의 빈자리를 지금도 과포화 상태인 초급 개발자를 대량 양산해서 대신하려는 계획을 발표하셨습니다. 장관님께서 생각하시는 고급 인력 부족 문제의 해결책은, 인력 중개업체들에게 지금의 개발자들이 지쳐서 쓰러져도 더 싼 값으로 더 많은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입니까, 아니면 저희 개발자들이 언젠가는 이 길에 들어서려는 후배들에게 자랑스럽게 개발자가 되기를 추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려는 것입니까?


또한, 장관님께서 생각하시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은, 몇몇 전시성 프로젝트를 통해 외국에서는 쓰지 않는 국내 전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까, 아니면 우리 개발자들이 소모적인 야근과 밤샘 근무 대신 기술력을 키우고 오픈 소스 참여를 통해 외국 개발자들과 소통하고 경쟁하면서 그들을 넘어설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여유를 주시려는 것입니까?


지금 장관님의 선택이 앞으로 5년 후, 10년 후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입니다. 언론에 보도된 '소프트웨어 인력 22만 대군 양병 계획'이 내실 대신 규모만을 강조한 단순 치적사업으로 오인되거나.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을 중심으로 한 '창조경제'가 정체도 불분명한 허상으로 잘못 알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해 모든 권한과 책임을 지닌 장관님께서는 명쾌한 해명을 통해 저희 현업 개발자들과 일반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소프트웨어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OKJSP 커뮤니티 소속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개발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