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노트에서 MS 원노트로 갈아타기
[서준석 테크수다 PD seopd@techsuda.com] 에버노트가 최후의 통첩을 보냈습니다. 2015년에 약 1년간 유료 프리미엄 라이선스를 이용하다가 '프리미엄'다운 장점이 별로 없어 무료인 베이직 라이선스로 전환했는데요. 며칠 전 베이직 계정의 접속 가능 대수가 2대로 축소된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고맙게도 30일의 조정 기간을 주긴 했네요.
요즘 같은 멀티 기기를 소유하는 시대에 2대라니. 언제부터 '코끼리'의 마음씨가 이렇게 작아진 걸까요. 저의 경우 애플의 맥북에어와 맥북 프로 합쳐 2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데스크톱 1대, 태블릿 1대, 스마트폰 1대로 에버노트를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료 결제가 불가피했습니다.
왠지 모를 억울함과 배신감(?)이 몰려와 에버노트를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왜냐고요? 분명 에버노트는 창립 초기에 전체 이용자의 5%만 유료 이용자로 유지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웠습니다.
“에버노트 사업 모델은 단순하다. 더도 덜도 말고 사용자의 5%만 유료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현재 사용자 3000만명의 5%인 140만명이 유료 이용층이다. 사용자가 늘어 1억명이 되면 500만명을 유료 이용층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다수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는 광고나 별도 마케팅을 수익원으로 하지만 에버노트는 광고를 받지도 서비스 본질과 다른 사업을 펼치지 않는다.”
- 조선비즈 <에버노트 無광고 전략 비결 알아봤더니…> 기사 중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베이직 이용자에게 '제한'을 하고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건 뭘까요? 물론 회사 나름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겠지만요. 몇 년 전부터 에버노트에 대한 위기설이 돌았거든요.
고객들도 차츰 에버노트에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앱스토어의 랭킹이나 리뷰 수도 뒤쳐지고 있다. 또한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B2B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현재까지 성공한 사례는 없다. 재정적으로도 지난 3년간 추가 자본을 모으지 못했고, IPO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 테크니들 <에버노트는 첫번째 ‘죽은 유니콘’이 될 것> 기사 중
유료 계정 사용료가 비싸지는 않아서 결제해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정책을 변경해버리는 회사의 서비스에 내 문서를 맡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버노트를 대체할 서비스를 찾던 와중에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원노트(OneNote)'를 발견했습니다. 에버노트의 경쟁 서비스로 많이 회자되고 있는 서비스인데요. 앱등이(애플 제품을 주로 사용하는 마니아)로 입덕하면서 MS와는 오랜 시간 이별했었는데, 모처럼 MS 서비스를 사용해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MS의 행보를 보면 그 전과는 사뭇 달라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인데요. 오픈소스를 사랑한다고 하기도 하고, 원노트 같은 좋은 서비스를 무료로 개방하기도 하고. 잘 사용하던 핫메일을 갑작스럽게 유료화했던 MS인데 말이죠. 사티야 나델라 회장이 MS 수장이 된 이후로 이런 변화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티야 나델라 회장은 “리눅스를 사랑한다”며 공공연한 구애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의혹의 눈길을 쉽게 놓지 않았다. MS는 “오픈소스는 암덩어리”라고 주장하던 회사가 아닌가. 어느 날 갑자기 ‘암덩어리’를 사랑한다고 외쳐대는 MS의 모습에 뭔가 숨은 꼼수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런데 MS의 변심은 정말인 듯 하다.
- 바이라인네트웍스 <마이크로소프트가 진짜 변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 기사 중
본격 '에버노트 엑소더스'
놀란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에버노트를 벗어나는 사용자들이 많을 거란 걸 MS가 예측하기라도 한 걸까요? 에버노트에서 원노트로 갈아타는 이용자들을 위해 마이그레이션 툴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
이 '가져오기 도구' 덕분에 에버노트에 저장된 수많은 노트들을 쉽게 원노트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어떻게 마이그레이션하는 지 알아보겠습니다.
아쉽게도 마이그레이션 툴은 윈도우 버전만 제공합니다. OS X(맥 OS) 사용자들은 부트캠프로 윈도우를 설치하거나 윈도우 PC를 이용해야 합니다. (방심하다 뒷통수...털썩)
자, 이제 본격적으로 마이그레이션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원노트가 얼마나 문서 작성에 뛰어난지 테스트하기 위해 본 글을 원노트로 작성해 봤습니다. 문서작성에 MS워드를 주로 사용했던 사람에게는 원노트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꽤 친숙하게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에버노트와는 UI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글을 쓰는 동안 많이 어색했습니다.
또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는 붉은 밑줄(맞춤법 검사기)이 가독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네요. 환경설정에서 맞춤법 자동 검사를 해제하면 붉은 밑줄은 사라집니다. 아마도 한글 맞춤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폰 원노트 앱에서도 잘 작동합니다. 동기화가 느리다는 평이 있는데, 그렇게 느리지도 않습니다. 노트를 작성하면서 녹음하는 기능이나 작성한 노트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기능 등 에버노트가 가진 대부분의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특별히 부족함은 없어 보입니다. 앞으로 원노트와 더 친해지기 위해 계속 사용해 볼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MS가 원노트와 에버노트의 기능 차이를 보기 쉽게 정리한 표를 공유합니다. [테크수다 Techsu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