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주 큐브리드 대표 "오픈소스 DB 15주년,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혁신을 멈추지 않겠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지난해 11월,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큐브리드가 자사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전환한지 15주년을 맞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25년 이상 개발된 관계형 DBMS 제품인 큐브리드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요구하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 능력 및 성능, 안정성, 가용성, 관리 편의성을 제공한다. 2008년 11월 참여, 개방, 공유 가치를 위해 오픈소스로 전환을 실시한 이후 현재 CUBRID 11.3 버전까지 출시되었으며, 국내외 35만건 이상의 제품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국방통합데이터센터, 민간기업 등 서비스 계약 고객 기준으로 1,500개 이상의 시스템에서 2,300여개 DB 인스턴스가 서비스되고 있다.

당시 정병주 큐브리드 대표는 “DBMS 시장에서 오픈소스 제품은 비용과 유연성 측면에서 탁월한 장점을 가지는 동시에 상용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기능과 성능, 안정성 제공한다. 최근에는 IT 인프라가 클라우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오픈소스 DBMS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시장 확대를 위해 제품 개발을 강화하고, 기술 지원 역량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써 업계 리더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질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병주 큐브리드 대표

큐브리드는 클라우드 기반의 사용자 확대를 위해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AWS 등 국내 7개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CSP)의 마켓플레이스에 제품을 등록하였으며, 와탭랩스, 알투비솔루션, 나래데이터 등을 포함해 여러 독립 소프트웨어 벤더(ISV)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또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굿소프트웨어(TTA GS) 인증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K-PaaS(구, PaaS-TA) 서비스 호환성 검증 레벨 2를 획득하는 한편 조달청과 다수공급자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공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아주 오랜만에 국내 대표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 기업 큐브리드의 정병주 대표를 만나 회사의 현황과 미래 전략에 대해 들어보았다. 26년째 큐브리드와 함께해 온 정 대표는 오픈소스 DB 시장의 변화와 도전, 그리고 기회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클라우드 네이티브로의 전환, 기회와 도전

큐브리드는 2008년 오픈소스 전환 이후 15년간 꾸준한 성장을 이어왔다. 정 대표는 최근 공공 시장의 클라우드 전환 추세에 주목하고 있다. "공공 부문이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에 맞춰 세일즈 마케팅과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죠."

현재 11.3 버전까지 출시된 큐브리드는 오라클 호환성 강화를 위해 PL/SQL 기능을 11.4 버전에 탑재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2025년 12월 출시 예정인 12버전에서는 'LETS'라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DB를 선보일 예정이다.

25년 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CUBRID 12 버전의 LETS (Limitless Elastic Trustworthy Scalability) 프로젝트는 큐브리드 기반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DBMS를 목표로 하고 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DBMS는 워크로드에 따라 스케일 아웃과 인(scale-out/in)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데, 기존 레거시 RDBMS는 트랜잭션 파트와 스토리지 파트가 하나로 되어 있어, 스케일 아웃을 위해 데이터를 복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확장성에 대한 빠른 대응을 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 있다.

제품 구조는 CUBRID DB 서버를 트랜잭션 파트와 페이지 파트(스토리지 파트)로 분리해서 사용하는 서비스 워크로드에 따라 자유롭게 트랜잭션 파트를 생성하고 삭제할 수 있게 하는 걸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스케일 아웃을 쉽게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고 있습니다. 기존의 리프트 앤 쉬프트 방식과는 다른, 진정한 의미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DB죠"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이 쉬운 과정은 아니라고 정 대표는 설명한다. "응용 자체도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가야 합니다. 쿠버네티스 기반의 컨테이너로 전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설계와 개발에 많은 공수가 들어가지만, 예산은 동일하죠. 쉽지 않은 게임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오픈소스의 일반화와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정 대표는 오픈소스가 이제 IT 업계의 표준이 되었다고 본다.

"지금은 오픈소스가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듀얼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고, 과금 체계도 매년 정액제로 전환했죠."

공공 부문에서의 오픈소스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조달 체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조달에 MAS(다수공급자계약) 형태가 도입되어 조달청과 제조사가 단가를 체결합니다. 소프트웨어 구매 시 5천만 원 이상이면 분리 발주를 하고, 수요 기관이 나라장터에서 직접 구매하도록 했죠. 이를 통해 제값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부 당국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활용에 제도적으로 문을 많이 열어주었다.

큐브리드는 35만 건의 다운로드 실적을 자랑하지만, 정 대표는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외부 컨트리뷰터 확보에는 아직 과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26명의 연구개발 조직이 있고, 해외 인력과의 협업도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아직 높지 않아 자발적인 외부 참여는 제한적인 상황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큐브리드는 루마니아의 아니아소프트, 캄보디아 개발자들과 협업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30명의 대학생들이 코드 리뷰에 참여하는 등 점진적으로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공공과 국방 시장에 집중

큐브리드는 현재 공공과 국방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4명의 영업 대표가 이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한된 리소스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죠. 회사가 더 커지면 민간 시장으로도 확장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 시장에서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 인프라가 클라우드로 전환되면서 많은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외산 DB를 국산 DB로 마이그레이션 하려는 공공 기관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경쟁도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큐브리드의 강점은 무엇일까? 정 대표는 "우리는 국내 벤더로서 엔진 레벨에서의 기술 지원이 가능합니다. 제품 이슈 발생 시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죠. 이는 글로벌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포인트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개별 데이터베이스 제품에 대한 관심도는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게 사실이다. 클라우드 시대에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데이터베이스가 등장했다.

데이터베이스 시장이 100조 원 규모로 성장한 가운데, 큐브리드의 미래 전략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정병주 대표는 "우리의 비전은 DB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지금까지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취했지만, 이제는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갈 때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큐브리드는 제품 엔진의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준비중이다. "2025년 말을 기점으로 제품 레벨에서도 차별화된 특징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정 대표는 자신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는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RDBMS 본연의 기본에 더 충실하면서 성능과 기능 개선에 더 주력하는 게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차별화와 경쟁력을 키워가는 방향이라고 판단했다.

1999년 큐브리드에 입사해 26년째 한 길을 걸어온 정병주 대표. 그의 이야기에서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전문성이 느껴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IT 환경 속에서 큐브리드는 클라우드 네이티브로의 전환, 공공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글로벌 생태계 확장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정 대표는 이러한 도전을 새로운 기회로 삼고 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혁신을 멈추지 않겠다"는 그의 말에서 큐브리드의 미래가 보인다. 국내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의 선두주자로서, 큐브리드가 그려갈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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