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더존비즈온의 디지털 전환 여정
이 글은 도안구 기자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클라우드 컴퓨팅과 디지털 서비스 이슈 섹션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2020-02] 디지털서비스 이슈리포트 04 더존비즈온의 디지털 전환 여정이라는 글을 여기에도 함께 공유합니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더존비즈온은 클라우드와 모바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시대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2020년 3분기 매출은 730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161억 원이다. 2019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3%, 영업이익은 20.2% 증가했다.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강촌 캠퍼스에 클라우드를 위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현재 제공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위하고(WEHAGO), 회계프로그램, ERP, 클라우드, 그룹웨어, 정보보안, 전자세금 계산서, 전자금융, 전자팩스, 교육 서비스 등이 있다. 성과를 봐도 ERP나 그룹웨어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선전을 이어갔다. 특히 클라우드 사업에서 전년 동기 대비 11.7%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 2,174억 원, 영업이익 500억 원을 실현했다.
더존비즈온은 국산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2010년 연 매출 1,000억 원을 기록했고, 2017년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했다. 올 연말까지 지금과 같은 성과를 기록한다면 매출 3,000억 원을 넘을 수 있다. 고작 3년 만에 달성하는 기록이다.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이번에도 처음이다.
10년 앞을 내다본 데이터센터 투자
2009년 8월 토목공사를 시작해 2011년 7월 마련한 강촌캠퍼스 ‘D-클라우드 센터’를 구축할 때는 왜 그런 설비를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이 큰돈을 들여 짓는지 모두가 의아해했다. 통신사나 특정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인터넷 데이터센터(IDC)에 입주하는 게 당연시 여겨지던 시대였으니 말이다.
당시 더존IT그룹 김용우 회장은 D-클라우드 센터 개소식에서 “글로벌 IT 기업을 향한 그룹의 비전이 ‘D-클라우드 센터’를 통해 비로소 가시화될 겁니다.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 SaaS(Software as a Service) 등 다양한 형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전사적자원관리(ERP), 그룹웨어 등 전통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후 거의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더존비즈온은 기존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비즈니스 플랫폼, SaaS, 데이터, 인공지능, 모바일, 클라우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확실한 변신에 성공했다.
심지어 이제는 스타트업 육성 영역까지 뛰어들었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패키지 제품을 SaaS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서 서비스하는 방식과 많은 기업이 하는 것처럼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클라우드, 네이버 클라우드, KT 클라우드, 오라클 클라우드 같은 클라우드 사업자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이 하나다. 더존비즈온은 첫 번째 방식을 취하면서 동시에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두 번째 방식을 선택했다. (그림 1)
그림 1 더존 강촌캠퍼스의 데이터센터 전경 사진 (출처 : 더존비즈온)
더존비즈온이 데이터센터를 구축 마련했던 2011년에는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들이 거의 진출하지 않았고, 네이버 클라우드나 KT 클라우드처럼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들도 SaaS 사업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더존비즈온은 데이터센터 구축을 할 때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자를 염두에 두고 구축했고, 또 세무 회계 고객들의 온라인 백업 서비스도 제공 중이었기 때문에 내부 설비를 투자하더라도 바로 수익화하기에 유리한 경우였다. 더존비즈온은 기존 패키지 제품을 한꺼번에 버리거나 접지 않았다.
소형 중소기업용이라는 인식을 탈피하기 위해 기존 ERP 제품을 대형, 공공용으로 확대되었고, 기존 제품들은 최대한 빠르게 SaaS용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투자와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각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를 보면 한 해 한 해 연구개발 성과들이 나오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물리적인 인프라 투자 후 더존비즈온은 2012년 퍼블릭 클라우드인 ‘iPLUS 클라우드 에디션’과 기장 자동화 서비스 ‘수퍼북(Super Book)’을 출시했고 라이트 ERP인 ‘스마트A’ 버전도 선보였다. 신제품 개발과 연구개발 투자 등 꾸준히 투자를 단행해갔다.
2014년에는 대표 ERP 제품 중 하나인 iCUBE의 클라우드 버전도 출시하면서 구축형 모델에서 서비스형 모델로 탈바꿈하는 도전에도 나섰다. 더존은 기업의 중요 데이터가 보관되는 업무용 서버를 위한 서비스로 더존 클라우드 서버도 제공하고 있다. 기업 비즈니스 운영에 필요한 웹서버, DB서버, 애플리케이션 서버를 개별 구매해 기업 내 구축하고 운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서 가상서버를 만들고 각종 서버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2019년 6월 첫 출시한 위하고(WEHAGO)는 회사 경영에 필요한 경영관리부터 원활한 협업을 위한 서비스와 부가 서비스까지 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2015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4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회계관리, 급여관리, 전자세금계산서의 ‘스마트A 10’, 위톡, 일정, 할 일, 노트, 메일, 연락처, 거래처, 위드라이즈, 팩스, 문자, 근태관리, 전자결재, 회사게시판 등의 협업 생산성 파트가 있다. 부가 서비스로는 고객관리, 프로젝트 관리, 법인카드와 개인카드 관리, 경비현황 분석 등이 있다. (그림 2)
그림 2 더존의 WEHAGO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 사업부문 대표(상무)는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이 디지털 혁신을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대한민국 모든 기업이 비대면 환경 조성과 디지털 전환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위하고 서비스는 ‘위하고 T’와 ‘위하고 T 에지’로 나눠져 있다. 위하고 T는 세무 회계사무소의 업무와 비즈니스 전반을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통합정보시스템이다. 기장, 세무신고 뿐 아니라 소통과 협업, 문서 업무, 수임처 관리, 수임처 경영정보서비스와 업무소통, 컨설팅, 자금조달 지원, 채권회수 지원, 홈페이지 구축 지원, 정보보호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제공한다.
특히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로 차원이 다른 자동기장을 제공한다. 주요거래의 적격증빙 데이터를 매일 단위로 자동수집하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로 거래데이터를 분석해 정확한 자동기장을 실현했다. 업무환경이 클라우드로 바뀌어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할 수 있으며 4대 보험, 통장기장, 증빙업무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자동기장(적시기장)과 빅데이터 분석으로 수임고객사의 사업분석 보고서도 제공한다.
‘위하고 T 에지’는 세무회계사무소와 수임고객사 간의 업무 소통이 쉽고 빠르며 더욱 편리해지도록 수임고객사 측을 지원하는 정보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세무회계사무소에서 위하고 T로 기장한 내용의 일부분을 수임고객사에게 공유해 경영에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업무가 확산되면서 더존비즈온은 ‘홈피스 올인원 팩’을 출시했다. 이는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에 맞춘 패키지로 기업이 비대면 업무 환경을 큰 비용 부담 없이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앞서 밝힌 대로 이번에 패키징한 기능들은 대략 23종이다. 향후 파트너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발자 사이트도 오픈해서 필요한 기능들은 마켓플레이스 형태로 추가할 수 있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더존비즈온은 기존 제품들은 클라우드 환경에 맞게 바꿨고, 대부분은 없던 것들을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에 맞게 개발해서 제공한다. 단순한 업무용 SaaS가 아니라 향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환경도 고려한 데이터 플랫폼 기반이다.
수많은 기업 내부의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도출해 내야 하는 특수성을 미리 대응하고 마련하다 보니 이런 형태의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빅데이터 관련해서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 강원도, 강원대학교와 함께 ‘중소·중견기업의 혁신 서비스 발굴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 경진대회’도 개최했다. 이번 경진대회는 디지털 뉴딜의 핵심인 디지털 댐 구축의 실증적 사례를 만들고 이를 통해 성공적인 데이터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자 마련했다.
경진대회 기간 더존비즈온의 빅데이터 플랫폼과 데이터센터들이 보유한 양질의 데이터가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데이터유통플랫폼(https://bigdata-sme.kr)’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더존비즈온의 데이터 유통 플랫폼은 정부의 10대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자 중 한 곳으로 선정된 곳이다.
여기에서 활용 가능한 빅데이터는 ▲기업회계/인사 데이터(더존비즈온) ▲부동산 데이터(㈜빅밸류) ▲보험/사고/통계 정보(한화손해보험) ▲교육/컨설팅 정보(한국생산성본부) ▲연구/R&D데이터(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외감기업 데이터(NICE평가정보) ▲소셜데이터(와이즈넛) ▲수출입/무역/물류 관련 데이터(한국무역정보통신) ▲개인회원/기업회원 인력정보(인크루트) ▲기후데이터(녹색기술센터) ▲통계청 데이터 기반 리포트 정보(선도소프트) 등이다.
대기업과 공공용 ERP도 준비
더존비즈온은 패키지 제품을 SaaS 형태로 발 빠르게 탈바꿈시켰지만, 기존 제품군을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지속해서 투자도 단행했다. 올해 선보인 대기업과 공공용 ERP10이 대표적이다. 더존은 90년대 중반부터 15년이 넘도록 ERP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9년 동서발전을 고객사로 확보한 데 이어 올 9월엔 한국가스기술공사 차세대정보시스템 사업도 수주하면서 외산 제품의 아성이나 다를 바 없었던 공공기관의 높은 문턱도 넘었다.
ERP10은 20년 이상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기업 규모별 ERP를 구축하며 쌓아온 오랜 노하우를 담은 차세대 ERP 시스템이다. 전자정부프레임워크 기반의 개발 플랫폼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구축 효율성과 확장 구현성의 강점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대기업에서 요구하는 실시간 경영(Real Time Enterprise)과 업무프로세스 자동화(RPA)를 실현하고 기업 내 축적된 빅데이터 관리까지 가능토록 업그레이드했다.
더존비즈온은 지난 2019년 현대백화점과 올해 부민병원그룹을 ERP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다양한 사업군 확대에도 노력하고 있다. 부민병원의 경우 의료업계 ‘디지털 전환’과 협업, 헬스케어 솔루션 사업 본격 모색이라는 다목적 카드도 있다. 박원용 부사장은 “예전에는 기회를 줬어도 제대로 대응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면서 “이제는 차세대 제품을 통해 기회가 주워 지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룹웨어인 더존 비즈박스 알파도 모두 모바일과 클라우드 환경을 지원,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를 통해서도 안전한 보안을 바탕으로 제공되고 있다. 전자결재, 일정관리, 업무관리, 게시판, 문서관리, 인사/근태, 전자자메일, 마이페이지, 원피스 등을 기업에 필요한 기능들로 구성된 통합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더존 ERP와 연동해 더욱 효과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다. 2021년에는 더존비즈온의 대표적인 ERP 제품인 아이큐브와 그룹웨어를 밀도 있게 연동시킨 형태의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더존비즈온은 2019년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분야 스타트업 발굴,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TIPS’ 운영사인 더존홀딩스 컨소시움에 협력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수용할 보육공간을 강원도 춘천 본사와 서울 을지로에 마련한 신규 비즈니스 거점인 서울 오피스에 이중으로 조성했다.
지용구 더존비즈온 솔루션 부문 대표(전무)는 “더존비즈온은 이제 농사도 지을 겁니다. 유니콘을 많이 키울 수 있는 그런 농사죠. 최고의 농부가 되어 수많은 유니콘을 발굴, 육성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밝혔다.
더존비즈온의 변신을 보면서 솔루션 기업 스스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고 자사가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면서 고객들의 시행착오도 줄이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더존비즈온의 변신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테크수다 Techsu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