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톡] 환불보장제를 지속케하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심리
운전도 안하고, 길치에 가까운지라 택시탔을 때 기사분이 어떤 길로 갈까요?라며 선택권을 넘길때가 부담스럽다.
길을 잘 설명하지 못하니, 대부분은 편하신대로 대로 가달라 답할 뿐이다. 내가 굳이 별말 안하면 알아서 가주면 좋을텐데...
언제부터인가 개인이 많은 것을 선택하고 결정해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것인 인간인데, 요즘은 의사가 치료 방법까지 "어떻게 할까요?"하고 환자에게 물어보는 세상이다.
얼핏 좋은 현상 같지만 각종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들이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다가올 때도 많다.
선택의 과잉이 부르는 부작용을 다루는 책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을 읽으니, 나의 불편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위안을 얻게 된다.
저자 배리 슈워츠는 책에서 선택과 자유는 얼핏 비슷해 보이나 실제로는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상품과 서비스 분야의 경우 과도한 선택지는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과유불급이라고, 선택도 적당해야지 선을 넘어가 버리면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경고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례들을 들었다.
고를 수 있는 잼이 6종인 시식대와 24종일때 식식대가 있다고 치자. 6종인 시식대에선 30%에 구매했지만 24종인 시식대에선 고작 3%만 구매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선을 넘어가는 선택의 자유가 부르는 부작용이라는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같은 선택의 역설은 인간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과 충돌한다. 많은 대안들을 놓고 가장 좋은것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람의 심리에는 합리성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중 환불보장제와 관련한 인간의 심리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공유한다.
사람이란 한번 소유한 것의 가치를 실제부터 크게 매기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손실의 부정성은 이득의 긍정성보다 강하다는, 이른바 소유 효과다.
물물교환을 할 때 자신의 물건이 지닌 가치를 상대적으로 크게 보는 것을 말한다.
소유 효과를 환불보장제에 대입하면 크게 문제가 없다면 소비자는 환불이 가능하다 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업들이 100% 환불 보장이란 슬로건을 마케팅 캠페인에 투입할 수 있는 이론적인 근거다. 소비자들의 환불이 쇄도하면 해당 기업은 망하고 말 것이다.
"소유 효과를 알면 기업에서 환불 보장제를 실시하는 이유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단 구매한 상품은 그 소유자에게 단순한 금전적 가치 이상의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그 상품을 포기하는 것은 곧 손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소유 효과 때문에 판단이 왜곡될때조차도 그런 현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점심메뉴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인간의 선택이라는 것이 비합리적일때가 넘쳐난다. 비교도 그중 하나다.
야외용 바비큐 그릴이 8천달러에 판매되는 것을 보면 1200달러짜리 그릴을 구입하는 것이 꽤 합리적으로 느껵진다. 50달러짜리와 정확도는 매한가지인 손목시계가 2만달러에 판매되는 것을 2천달러짜리를 사는 것이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최고가 모델을 거의 팔리지 않아도 회사는 그런 모델을 생산하는 것 자체로 큰 이익을 누린다. 그덕에 사람들이 더 저렴한 모델로 유인되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비교 과정에서 닻노릇하는 대안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우리가 손쓸 방법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최고의 선택을 위해 과도하게 신경쓰는 삶은 경계할 것을 주문한다.
사소한 선택의 횡포에 시달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우울증 환자가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걸 피할 수 있는 해법은 적당히 좋으면 만족하고, 한번 내린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태도다. 안다고 그냥 되는건 아니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삶의 소양이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책에서 행동경제학의 거장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 결과를 많이 인용한다. 인간 행동의 비합리성의 배경을 분석한 무척이나 두꺼운 책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이제 읽을때가 된것 같다. <테크수다 북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