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수다] 일본 최고 서점 CEO의 기획 비법, "자유로워야 한다"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읽기는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책 읽는 일은 저자의 경험에 대해 공감하고 해보지 못한 일이나 할 수 없는 일, 겪어보지 못한 일을 저자의 글로 상상하는 일이다. 독서를 통해 현실과 상상을 오가며 저자가 전하는 마음과 텍스트를 이해해 나간다. 책은 그래서 저렴한 비용으로 타인의 생각을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매체다.

사람들은 각자 삶의 ‘영양분’을 채우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개인적으로는 디자인이나 예술 분야에서 자신의 생각을 현실로 옮겨 놓은 사람들의 기록을 통해 내가 갖고 있지 못한, 지금 시대가 끊임없이 요청하는 창의와 상상력을 끌어올리려 애쓴다. 카피라이터에게 죽이는 한 마디가 필요하듯 나에게는 ‘한 방’이 필요하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일본 전국 1,400여 곳 이상의 츠타야(TSUTAYA)매장을 운영하는 CCC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 마스다 무네아키가 쓴 <지적자본론>.

ccc.co.jp
츠타야 북스 서점





그는 2013년 자신들이 운영하는 매장 중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의 운영방식을 일본 사가 현 다케오 시의 시장 요청으로 다케오 시립 도서관에 적용했다. 이후 이이 도서관은 개관 13개월 만에 인구 5만 명의 도시에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츠타야 서점과 이를 운영하는 마스다 무네아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어떻게 운영을 했길래 그런 성과를 거둔 것일까? 그런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책이 <지적 자본론>이다. 저자는 이 책에 앞서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란 책을 통해 자신의 회사가 거둔 성과와 비즈니스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한 바 있다.

이번 <지적자본론>에서는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이 책에서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를 대비할 것을 주문하며 앞으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의 조건으로 기획력을 꼽았다. 덧붙여 그는 그런 준비 없이는 미래를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대형서점 쏠림 현상과 인터넷 서점의 영향으로 동네 서점들이 문을 닫는 추세에서 동네 서점들이 독특한 이름과 포맷으로 ‘부활’하고 있다. 치맥에 빗댄 ‘책맥’이라는 컨셉트로 저자와 독자 간 만남과 다양한 강연 등으로 서점 안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북바이북’도 그 중 하나. 새로 설립신고를 하고 있는 서점들은 이후 참신한 기획으로 서점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현대카드’가 생각났다.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일환으로 현대카드는 꾸준히 해외 스타들을 초청, 오프라인 컬처 이벤트를 열고 새로운 문화공간 창출을 위한 노력한다. 현대카드는 단순한 신용카드 회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컬처 컴퍼니로의 인식 전환에 힘쓴다. 회사의 이미지 ‘레벨업’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교보문고도 매장 내 인테리어를 새롭게 구성했다. 독자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를 곳곳에 놓았다. 교보문고의 이런 매장 구성 아이디어는 어디서 온 것일까.

지금까지 기업이 추구하는 서비스의 방향과 공간 창출은 이용자 중심이 아니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의 입장에서 소비자를 대했다. SNS의 ‘눈부신 활약’으로 이제 더 이상 그런 서비스 마인드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반대로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가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기획은 기업규모를 떠나 그간 누리지 못했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뒤처질 것인가 살아남을 것인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살아남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면 이기기 위한 싸움을 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길 수 있는 아이디어는 뭔가?

그러한 점에서 <지적자본론>은 이기는 싸움을 위한 아이디어 발견의 여지를 던져준다.
"고객이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에서, 고객의 입장에 서서 정말로 가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힘 있는 기획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힘 있는 기획을 누가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자유를 가진 직원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 보고받고 감시받는 직원에게서는 나올 수 없다. 거기에는 창조성이 자리 잡을 수 없다. 관리에 익숙해진 상황에서는 자유롭게 자신의 기획을 만들어낼 수 없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힘 있는 기획을 위해 직원들의 자유를 선택했다. 기존 직장이 고수하는 따분한 보고 형식의 절차를 거부했다.
"본능이나 욕구에 현혹되지 않고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즉 무엇이 '의무'인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그런 깨달음을 따르는 것이 자유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자유가 냉엄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런 의미에서다. 하지만 자신의 꿈에 다가가려면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아니, 반드시 자유로워져야 한다. 나는 경험을 통해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
다케오 시립도서관





기존 공급자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이용자를 품을 수 없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살아남고자 하는 기업은 앞으로 디자이너 집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살아남고자 하는 기업은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디자인하고, 고객 가치를 앞에 두는 기획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기획의 가치'이다. 그가 츠타야 서점을 일본 제일의 서점으로 성장시킨 것은 바로 그러한 생각의 전환에 있었다. 물건이 과잉 공급되는 사회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남과 다른 운영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기획이다. 기획의 차이가 생존 여부를 결정한다.

이 기획력은 마스다 무네아키가 이야기하는 '지적자본'에서 시작된다. 그간의 기업은 돈, 즉 재무자본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제대로 된 기획보다는 얼마나 드는지가 더 관건이었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이제 그런 업무방식이 아닌 기획이 중심의 사회와 조직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한 시대가 지적자본의 시대이다. 그가 이 책의 제목을 그렇게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적자본론>을 통해 시립 도서관 운영 사례와 츠타야 서점의 운영 방식을 소개하면서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마스다 무네아키. 앞으로 지역성에 근거한 서점과 시립 도서관을 각 지방에 만들어가는 것이 그의 목표다.

'서점이 단지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함'을 보여준 그의 기획은 앞으로 또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현재 자신들의 오프라인 공간 못지않게 다양한 멤버십 프로그램을 적용한 온라인 고객 가치 창출에 정성을 쏟고 있다.

기-디자이너만이 살아남는다
승-책이 혁명을 일으킨다
전-사실 꿈만이 이루어진다
결-회사의 형태는 메시지다


한편, ‘기-승-전-결’의 목차로 이루어진 이 책의 기획력도 돋보인다. 책 전반부에서는 그간 이룩한 츠타야서점의 성과를 이야기하고, 후반부에서는 기획회사로서의 조직운영과 기획력을 갖춘 인력 관리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드러나 있다. 자신감 넘치는 표현들이다.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 듯 기업의 성패도 갈리는 것임을 일깨운다. 기획이 단지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 사회를 살아갈 우리가 갖춰야 할 기본 무기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기획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기초 자양분이 되어줄 '자유'의 필요성이 든든하다. 각자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직원의 자유를 얼마나 허용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보고와 연락으로 바쁘다든지, 아니면 마스다 무네아키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창조적 활동을 위한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는지 말이다.
"이노베이션은 언제나 아웃사이더가 일으킨다. 따라서 비즈니스 세계에 몸을 둔 사람은 아웃사이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업계 흐름의 외부에 존재하는 일반 고객의 입장에 서서 자신들이 하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
현장으로 나가야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다. 그것이 창조적인 기획의 시작이다. 이 책은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 간의 기획과 업무협력이 어떤 변화를 갖고 올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성장의 정체를 보이는 공간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기업 경영자에게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이 책을 통해 잊고 살았던, 아니면 있는지조차 몰랐던 자유와 행복, 그리고 세대와 세대 간의 연결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공적인 문화예술 공간 활용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는 눈여겨 볼만하다. 기계적인 분류, 형식적인 틀에 갇혀 있는 생각과 공간을 고객중심으로의 공간 배치와 사고 전환을 위해서 직원들에게 더 없는 자유를 부여해보자. '꿈을 이룬다는 의미의 성공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 그 자유를. [테크수다 Techs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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