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호 라인 CGO, "현지화 넘어 문화적으로 동화돼야"

라인의 성공 비결에 대해 잘 아는 지인은 신중호 CGO(글로벌화 총괄 임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말로만 듣던 바로 그 신중호 CGO를 라인 타이랜드 미디어 데이 2016(Line Thailand Media Day 2016)이 열리고 있는 태국의 방콕에서 드디어 만났다.

그는 2005년~2006년 첫눈에서 이사로 재직했고 네이버가 첫눈을 인수하면서 NHN 이사로 2013년 2월까지 일했다. 2013년 3월부터는 라인플러스 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이해진 의장과 국내 인터넷 서비스의 해외 진출이라는 숙원 사업을 함께 진행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재팬 라인도 초기에 한국인들이 주도를 하다가 궤도에 오른다음 일본 현지인들이 그 회사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라인 태국은 초기부터 태국 현지인이 지사장을 맡아 키워내고 있다. 아리야 바노미옹 라인 태국법인장은 구글태국을 초기부터 키워온 유명한 인물이라고 한다. 이 인물을 찾아가 설득한 이가 바로 신중호 CGO 이다.

"로컬라이지에이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너무한 용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중심이라는 생각이 강한 말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좀 급조해서 만들어 내봤습니다. '컬처라이지에이션'입니다. 태국에서는 태국 말을 하고 태국 음식을 먹습니다. 이게 최적이죠. 저희는 로컬이라는 걸 뛰어넘어 문화적으로 완전히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제조 업체에서 제공하는 '제품'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또 미국이나 유럽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들이 세워놓은 기업 운영이나 서비스, 제품과 관련한 표준을 전세계 어느 지역이나 동일하게 유지키시고 있다. 어쩌면 세계는 평평하다는 말이 이걸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오만함은 2008년 금융 위기를 통해 그 오만함의 민낯이 만천하에 들어났지만.

물론 주역이 교체됐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닷컴 기업들은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일한다. 현지는 단순히 본사 서비스 상품을 판매하는 역할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과 영업이 강조된다.

라인은 거대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그들이 세워놓은 '표준'이라는 기준 대신 현지인의 리더와 현지의 직원들이 목소리가 최대한 반영된 그들만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틈을 만들고 비집고 들어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태국 서비스는 태국적인 가치가 제대로 녹아들어야 하고 거기서 성공한 것들이 라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서 또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 일본 서비스도 마찬가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아리야 바노미옹 라인 태국법인장에게 다가섰고 그는 흔쾌히 연봉을 깎으며 라인태국에 합류, 라인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신중호 CGO는 NHN에 합류한 후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일화도 소개했다. 이해진 의장이 돈, 시스템, 조직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기보다는 '꿈'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이 당시의 경험을 통해 라인팀을 현지에 만들때도 동일하게 적용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해진 의장이 한국 인터넷 업계가 수십년 동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글로벌 서비스 시장으로 나아간 게 없다고 했죠. 네이버가 이런 기반을 좀 다지고, 우리가 나가서 안되면 또 다른 누군가가 다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고 했죠"라고 말했다.

2008년 일본에 갈 때도 알고 있는 것들은 다 잊고 백지상태로 그 나라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만 가지고 합류했다고 한다.

라인맨의 경우가 이런 걸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라인맨은 태국 직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였기에 런칭했다. 쿠키런이나 모두의마블도 태국 라인 직원들이 이 게임을 런칭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반영한 결과였다.

그는 태국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도 숫자와 성장세로 파악한 결과라고 말했다. 대만이 초기 스마트폰 보급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빨랐고 그에 맡게 현지에서 개발과 디자인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조직을 셋팅했듯이 태국도 실제 방문자와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서 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그는 스타트포털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PC 기반의 포털이 검색에 방점이 찍혀 있고 필요할 때 가끔 접속한다. 이에 비해서 모바일 시대는 24시간 단말 자체를 끼고 살고 있고, 원하는 정보를 원할 때 바로 전달하는 '푸시'형 서비스가 제대로 구현되어야 한다. 그는 이걸 '스마트포털'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신중호 CGO는 "내가 구체적으로 원하는 게 뭔지 모르더라도 내가 원하는 걸 서비스에게 달라고 요구한다. 사용자 서비스 관점에서 보면 더 스마트해지고 인텔리전스한게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포털"이라고 말했다.

그가 밝힌 내용들을 정리하다보니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와 이해진 의장은 한국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라는 숙원 사업에 대해 꿈을 꾸고 도전하고 있다. 그 꿈을 꾸면서 말이다. 어느 지역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고 있고 여의치 않은 지역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꾼 꿈은 그들만의 꿈으로 끝날까?

그 안에서 일하는 기획자와 마케터, 엔지니어와 개발자들은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새로운 문화와 소통하기 위해 자신들의 선입견들을 내려놓고 있지 않을까. 글로벌 서비스를 기획하고 진행해 본 경험을 가진 이들은 대부분 국내 대기업 몇몇 곳에서 일했었다. 그 이외에는 대부분 국내 서비스 경험이 다인 경우다 다반사다.

이런 바뀐 환경을 접한 이들은 1세대가 꾸던 꿈과는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그 속에서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을거 같다. 미래는 아시아에 있고 그 아시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를 말이다.

또 일본이나 태국, 대만 라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스스로가 각 현지에서 만들어진 서비스를 전세계로 확대할 수 있다는 걸 경험하고 있다. 메시징이라는 기반 위에서 각 나라별 특화된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얻는 경험을 다른 나라에 또 전파하는 형태다.

이것과는 별개로 라인이라는 플랫폼 위에 이들 나라의 또 다른 스타트업들이 올라타고 있다. 그들의 꿈은 또 다르다. 우리는 플랫폼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머리로 알던 플랫폼과 진짜 플랫폼을 만들어가면서 얻는 건 질적으로 다르고 사람을 성장시키는 내용도 다르다. 꿈을 꾸는 이들이 현실의 문제를 하나 하나 해결하고 나아간다. 그것도 비록 우리 세대에 달성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난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나. 여러분들은 꿈을 꾸고 있나요?

<도안구 테크수다 기자 eyeball@techsuda.com>